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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RM "예술계 아웃사이더로서 '제공 가능한 것' 있다고 생각"

등록 2022.08.25 13: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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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인터뷰…한국 현대사 경험한 작가들에 관심

"예술작품 보며 '스탕달 증후군' 느껴"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_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_RM. 2022.03.14.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_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_RM. 2022.03.14.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내 뿌리는 한국에 있어요."

세계적인 미술 애호가로 자리매김한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뉴욕 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한국 예술가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RM과 서울 하이브 사옥에서 인터뷰한 뉴욕 타임스 기자 겸 미술평론가인 앤드루 러세스(Andrew Russeth)는 RM의 미술 컬렉션에 대해 한국전쟁, 군사독재, 경제적 궁핍을 경험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봤다.

러세스 기자는 RM이 집중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한국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RM은 "그들의 땀과 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딜러는 러세스 기자에게 "다른 K팝 아이돌들은 잘 알려진 우량 아티스트를 선호해 왔다"고 귀띔했다.

물론 RM의 작업실엔 유명 예술가의 작품도 있다. 조지 나카시마의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윤형근의 추상화가 놓여 있으며 박수근·장욱진·백남준 등 20세기 한국 작가의 작품 20여 점도 걸렸다.

RM은 이번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작년 말 2번째 장기 휴가 기간 미술관을 누볐던 때를 돌아봤다. 미니멀리즘 예술을 보러 뉴욕 근교 미술관 디아 비컨(Dia Beacon)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었는데, 평범한 또래의 여행이었고 그것이 유토피아 였다고 했다.

RM의 인스타그램 계정명은 'rkive'다. 자신의 활동명 RM의 첫 글자 'R'에 '아카이브'(archive·파일 저장고)를 합했다. 그의 음악 작업실 이름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프루프(Proof)' 알엠(RM) 콘셉트 포토_도어(Door) 버전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프루프(Proof)' 알엠(RM) 콘셉트 포토_도어(Door) 버전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계정엔 일상의 소소한 모습과 함께 주로 미술관 방문 등의 기록이 올라온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끝난 직후부터 시작된 장기 휴가 초반엔 현지의 내로라하는 미술관들 돌고 인증 사진을 남겼다.

디아 비컨뿐만 아니라 텍사스의 치나티 파운데이션·로스코 예배당·휴스턴 미술관, 워싱턴 D. C. 인근 글렌스톤 미술관 등을 방문했다. 현지 일부 미술관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RM의 미술관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가 다녀갔다고 소문난 곳엔 바로 팬덤 '아미'가 몰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RM에 대해 '미술계 서포터'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까지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회고전에 자신이 직접 소장하고 있는 조각가 권진규의 '말'을 대여한 일, 국립현대미술관에 1억원을 기부한 일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예술후원인대상'을 받았던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또 뉴욕타임스는 방탄소년단과 팀의 리더인 RM의 세계적 영향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고 짚었다.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000만 명이 넘는다. RM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700만 명에 달한다. 지난 여름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 바젤 박람회 방문에 대해 RM이 기록한 35분간의 브이로그는 600만 뷰를 기록했다.

RM은 NYT와 인터뷰에서 시각예술에 대한 자신의 열정은 "우연한 만남이라기보다, '뜻밖의 기쁨'(serendipity)"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어린 시절엔 미술관에 가도 크게 흥미를 못느꼈던 그다.

그러다 지난 6월 세계적 아트 페어 '더 아트 바젤(The Art Basel)' 팟캐스트에 출연해 밝힌 것처럼, 2018년 미국 시카고미술관에서 리처드 세라·모네·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낀 후 한국 화가들에 대해 공부했고, 직접 미술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 2022.06.29.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 2022.06.29.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M은 뉴욕타임스에 예술을 볼 때 현기증이나 심박수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났다며 "'스탕달 증후군'과 거의 비슷했다"고 말했다.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은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가리킨다. RM은 복제품으로 접한 작품들을 직접 보니 충격적이었으며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러세스 기사는 RM과 인터뷰에서 주제가 예술로 바뀔 때마다 그가 활기찼다고 묘사했다. RM은 "17세 때 방탄소년단 연습생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그만뒀죠. 하지만 10년 후 전 예술을 만났고,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진지하게요"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RM에 대해 카리스마가 있고 학습이 빠르다며 "그가 유능한 정치인이나 인기가 많은 약간은 괴짜 교수가 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우표, 동전, 포켓몬 카드, 희귀 돌(비싼 건 아님) 그리고 장난감 피규어를 수집했다는 RM은 지금은 세상을 난 예술가들의 작품에 둘러 싸여 있다. 그는 "그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이 예술품들에서 나오는 아우라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피곤하거나 지쳐 있을 때 예술 작품 앞서 서서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앞서 RM은 마크 스피글러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와 인터뷰에서 "내 소장품을 보여줄 작은 공간을 (한국에) 만들 계획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1층엔 카페가 있을 것 같고, 2~3층을 전시장으로 꾸며 언제든 누구나 소장품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RM은 이번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공간에 대해 추가로 언급했다. 세계 최고의 컬렉터 중 하나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악셀 베르보르트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정말 조용하고 차분했으면 좋겠지만, 악셀처럼 멋져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타임스는 RM의 해당 공간이 개설하는 때는 아직 멀었지만, 카페와 전시장이 한국과 해외 예술가들이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용수 있다고 예상했다. RM은 "예술계의 아웃사이더로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RM은 국내 다양한 예술 집단과 어울리고 있다.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Balming Tiger)'가 내달 1일 발매하는 새 단체 싱글 '섹시느낌(SEXY NUKIM)'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모어(MORE)'·'방화 (Arson)'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영상 감독이자 음악 프로듀서 이수호(Leesuho) 등이 소속된 이 팀은 멀티내셔널 얼터너티브 케이팝 밴드이자 아시안 아트 & 컬처 콜렉티브를 표방한다.

얼마 전부터 RM은 아미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 역시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다. 굴곡진 인생과 달리 그림을 통해 초월적이면서 명상적인 세계를 펼쳐내는 윤형근이 그 대상.

"서양과 동양, 아시아와 한국 스타일의 완전한 조합이죠. 70년대 그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와 그의 세계, 그의 작품에 너무 빠져서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어요. 전 더 이상 객관적이지 않아요. 이건 우리가 팬이라 부르는 상태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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