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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RM, 고매한 선비정신 잇다…"노래는 부르고 쓴 사람이 중요"

등록 2022.12.02 1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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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 솔로 정규 1집은 그런 의지·사유 산물"

본인이 존경하는 윤형근 화백 내레이션이 담긴 '윤'이 첫 트랙

타이틀곡 '들꽃놀이'엔 체리필터 조유진이 피처링

[서울=뉴시스] RM. 2022.12.02.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RM. 2022.12.02.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도 그림처럼 사람이 하는 것이라 어떤 삶, 어떤 사유, 어떤 서사,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인가가 중요한 거 같아요. '노래가 좋다' '음악이 좋다'는 것보다 결국 그 노래를 쓰고 부른 사람이 더 중요한 거죠. '인디고'는 그런 저의 의지·사유가 담긴 산물입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28·김남준)이 2일 오후 2시 발매하는 솔로 정규 1집 '인디고(Indigo)'는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이라 불리는 고(故) 윤형근(1928~2007) 화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최근 미국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 뉴스가 '미술계 혁신가 35인' 중 한명으로 꼽을 정도로 '미술 애호가'인 RM은 자신의 첫 공식 솔로 앨범의 첫 트랙 '윤(Yun)'을 윤 화백에게 헌사했다.

윤 화백의 화풍은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천·마포 등의 위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하게 게 특징인데, 추사 김정희 등 서화를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옛 선비정신과도 맞물린다는 평을 받았다. 앨범 커버 속에 벽에 걸려 있는 윤 화백의 작품 '청색'도 함께 담은 RM은 이러한 선비 정신을 잇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미국 네오 솔(Soul)의 여왕 에리카 바두(Erykah Badu)가 참여한 점도 그렇다.

앨범 제목을 '인디고'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디고'는 청춘을 상징하는 쪽빛, 남색을 뜻한다. 주로 청바지에서 많이 드러나는 색인데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아이 엠 인 어 비 휴먼(i am in a be human)' 등 '윤' 가사에 포함된 노랫말도 이러한 부분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나이로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RM이 생각해온 것들을 압축한 음반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포토. 2022.11.24.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포토. 2022.11.24.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M은 이날 앨범 발매 전 빅히트 뮤직을 통해 공개한 음반 소개 영상에서 "존경하는 화백인 윤형근 선생님의 내레이션과 바두의 피처링으로 제가 윤 화백님의 작품과 메시지를 통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담하게 풀었다"고 밝혔다.

RM은 지난 2015년 첫 믹스테이프 'RM', 2018년 두 번째 믹스테이프 '모노.'를 발매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먼저 공개한 이전 곡들과 달리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디고'를 처음 구상한 건 2019년이라고 했다. 자신이 느낀 정서들, 감정들, 고민들, 생각들을 담은 일기 같은 앨범인 이유다.

RM은 "저의 모든 음악이 제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지만, 이번 앨범은 특히 더 김남준 다운 앨범이에요.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인디고'예요. 제 달라진 성향과 색깔, 생각들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이전 '모노.'가 가진 흑백과 대조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인디고'는 자연에서 온 청바지의 기본적인 색깔이잖아요. 저의 정식 앨범을 자연스런 색상에서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출발점이 있었죠. 각자 인디고, 남색, 블루라고 생각하는 게 다를 텐데 색채의 그라데이션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포토. 2022.11.24.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포토. 2022.11.24.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M은 '인디고'의 전곡 작사·작곡부터 앨범의 콘셉트 및 디자인, 구성, 뮤직비디오 기획에 이르기까지 앨범 작업 전반을 이끌었다. 여기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뮤지션들과의 호흡과 더불어 음악과 미술의 연결이라는 '경계를 초월한' 협업을 성사시켰다고 빅히트뮤직은 부연했다. 네오 솔, 힙합, 일렉트로닉,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아우르는 동시에 국내외 메인·인디스트림을 가로지르는 다양성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인디고'의 타이틀곡 '들꽃놀이'에 '낭만고양이'로 유명한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화려하지만 금세 사라져 버리는 '불꽃'이 아닌, 잔잔한 '들꽃'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RM의 바람이 담긴 곡이다. 방탄소년단과 꾸준히 작업해온 '서태지 밴드'의 닥스킴(DOCSKIM)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곡의 멋을 살렸다.

RM은 "화려하지만 금세 사라져 버리고, 치울 게 많은 '불꽃놀이'보다 잔잔하게 피어나는 '들꽃'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 혼란을 노래하는 곡이에요. 조유진 선배님의 엄청나게 로킹하고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지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확장성이 확보됐죠"라고 만족해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아이덴티티 필름(Identity Film). 2022.11.23.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아이덴티티 필름(Identity Film). 2022.11.23.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엔 '들꽃놀이'를 비롯해 10개의 트랙이 실렸는데 대다수가 다른 뮤지션이 협업했다.

미국 R&B 솔 듀오 '실크 소닉' 멤버인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함께 한 '스틸 라이프(Still Life)'의 제목은 '정물'이란 뜻.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RM은 이 단어에서 '아직도 삶'이라는 의미를 읽었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라는 중의적을 해석을 더하게 됐다고 했다. 

RM은 "박제된 정물이지만 여전히 움직이고 캔버스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걸 표현하고 싶었고 그런 에너지가 있는 곡이라 펑키한 보컬이 더해지면 좋을 거 같아 제가 좋아하는 앤더슨 팩과 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번 트랙 '올 데이(All Day)'는 RM이 어릴 때부터 '히어로'로 여겨온 힙합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힘을 보탰다. "알고리즘 속에 살고 있는 세상, 각자의 취향과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이야기예요. 쉽고 편하고 신나게 들을 수 있죠. 근데 가사에 담긴 함의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함의들을 같이 써 나가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 방면에서 타블로 형이 우리나라 1등이라고 생각해 부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티저. 2022.11.15.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티저. 2022.11.15.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피처링한 '건망증'이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장르의 곡이다. 포크이기 때문이다. RM은 "어쿠스틱 기타, 휘파람 그리고 작업실에 있는 책상을 두드리고 청바지를 비빈다든지 또 작업실 내 장난감을 친다든지 해서 가상 악기 없이 완전히 언플러그드 소리로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처음 작업한 곡이기도 하다. "포근하고 쓸쓸하고 담담하기도 한 것들이 모두 녹아 있죠. 김사월씨의 2집을 너무 좋아해 같이 작업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처링으로 곡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흡족해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마할리아(Mahalia)와 한국계 캐나다인 R&B 힙합 뮤지션 폴 블랑코(Paul Blanco)가 함께 한 '클로저(Closer)'의 프로듀싱은 '모노.' 수록곡 '서울(seoul)'에서 호흡을 맞췄던 영국 일렉트로닉 듀오 '혼네(HONNE)'가 맡았다. "편안하게 들으시면 좋은 곡이에요. 핸드폰 너머의 생각과 감정들을 다시 떠올려 보시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수록곡 '체인지(Change) pt.2'는 "영원하다고 믿었던 것이 달라지고 변하는 것에 대해 예외적 방식으로 풀어낸" 곡인데 RM이 자신보다 형이지만 '음악적 친구'라고 애정을 아낌 없이 드러낸 밴드 '못'의 리더이자 듀오 '나이트 오프' 멤버인 싱어송라이터 이이언(eAeon)이 함께 작업했다.
[서울=뉴시스] 박지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매거진 필름 티저 영상 갈무리. 2022.11.28. (사진= RM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지윤, 방탄소년단 RM '인디고(Indigo)' 매거진 필름 티저 영상 갈무리. 2022.11.28. (사진= RM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7번 트랙 '론리(Lonely)'는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제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팝일 것 같다고 여겼다. "호텔에서 작업했거든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그림이나 여행을 통해 느끼는 노바디가 되는 보편적 정서를 편안하게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8번 트랙 '헥틱(Hectic)'은 RM과 절친한 싱어송라이터 콜드(Colde)가 힘을 보탠 RM표 시티팝이다. 그는 "남자 가수가 하는 시티 팝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여자 보컬들이 하는 경우가 많죠. 남자들이 시티 팝을 하면 어떨까 싶어 오랜 친구인 콜드와 작업했어요. 어번한, 도시적인 감성을 가진 친구라 곡이 더 풍성해졌다"고 여겼다.

마지막 트랙은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이 함께 한 '넘버 투(No.2)'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 RM은 "과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오르페우스'(그리스 신화의 음유시인으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명을 어겨 아내를 영원히 잃고 만다) 때부터 계속 나오는 이야기죠. 우리가 무엇을 겪었든 간에 최선이었고, 그것이 당신의 모든 지금을 만들었기 때문에 '돌아보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곡의 피처링 상대로는 과거에 상업적인 화려한 아이돌의 아이콘이었다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로 확실히 변신한 박지윤을 처음부터 점찍었다고 했다. RM은 "박지윤 선배님이 담담하게 부르는 스타일을 생각했어요. 선배님의 목소리를 빌리면, 곡의 메시지에 설득력이 실릴 거 같았죠. 그래서 같이 작업하게 됐고 굉장히 훌륭한 마무리가 됐다"고 흡족스러워했다.
[서울=뉴시스] RM. 2022.12.02.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RM. 2022.12.02. (사진=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도 이번 앨범엔 빅히트 뮤직 프로듀서 피독(Pdogg),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은희영(john eun) 등 RM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 힘을 실었다.

RM은 "곡의 장르, 분위기가 다 다른데 '인디고'라는 색으로 묶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됐어요. 피처링과 프로듀싱에 참여하신 분들이 많은데 완전히 혼자서 완성해야 한다고 느끼는 곡이 있는 반면 누군가의 색의 같이 입혀지면 훨씬 완성도가 높아지고 생명력 생기거나, 다른 누군가의 주파수, 서사, 정서가 더해지면 원하는 것이 더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에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 작업하면서 배웠고 새로운 경험과 레슨이 됐다"고 돌아봤다.

RM은 앨범이 나오게 되면, 그 순간부터 자신은 더 이상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듣는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들으시는 분들이 각자의 사유, 여백으로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셨으면 해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했는데 이 곡으로 엄청난 메시지를 전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어린 시절에 함께한 분들의 노래처럼, 그냥 한 곡쯤은 '당신의 취향'에 맞는 곡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갈피에 끼워 놓고 한 번씩 꺼내 보는 은행나무잎처럼 한 번씩 플레이리스트에 있게 되는 곡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소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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