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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당연한 우승 나미애, 그래서 트로트X는 '양날의 검'

등록 2014.06.07 09:25:02수정 2016.12.28 12: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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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엠넷 '트로트엑스'

【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30년 무명의 설움을 겪은 트로트가수 나미애(50·김규순)의 우승으로 엠넷 트로트 버라이어티 쇼 '트로트 엑스(X)'가 6일 밤 막을 내렸다.

 나미애의 우승은 '트로트엑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많은 사람이 예상한 당연한 결과였지만, 안정적인 선택지이기도 했다. 

 지난 3월22일 첫 방송된 '트로트엑스'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로 트로트의 웅숭깊음을 증명한 나미애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혀왔다.

 나미애는 이날 결승에서도 자신의 강점인, 가창력에 기반한 감정 전달에 주력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자신의 트로듀서(TD·트로트+프로듀서)인 가수 태진아와 함께 선곡한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를 불렀다.

 트로트는 한(恨)의 정서다. 구성지게 부르는 창법이 특징이다. 그래서 왠지 나이 든 사람이 불러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출연자 중 나미애만큼, 공력이 바탕이 된 가창력을 지닌 이는 없었다.  

 '트로트 엑스'는 그런데 트로트를 엠넷스럽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 목표였다. 트로트 장르의 색다른 해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슈퍼스타 K' 시리즈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김태은 PD가 연출을 맡은 만큼 신선하리라는 기대도 모았다.

 나미애를 매번 응원하러 온 노모 등 감동적인 사연은 뭉클함도 안겼지만 그녀의 우승은 다소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나미애는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 하나, '엠넷스러움'은 결국 퇴색됐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운 트로트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제작진이 첫 시즌인만큼 '진정한 트로트'와 '새로운 트로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듯하다.  

 대표적인 예가 벤과 레이디스다. 이 두 팀이 부르는 음악이 과연 트로트인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부르는 곡만 트로트일뿐 소화하는 창법은 발라드과 어쿠스틱 솔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무대는 '슈퍼스타K' 시리즈로 옮겨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벤이 나미애와 함께 최종 우승 후보에 올랐다. 10회 방송 내내 비교할 수 없는 성향의 대립은 시청자에게 의문을 안겼다. 벤은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결승에서 TD와 함께 고른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에서 '뽕끼'를 뽑아내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래도 색다른 트로트에 대한 희망은 있었다. 톱8에 오른 트로트가수들이 주인공이다. 트로트계 싸이 미스터팡, 트로트계의 유일한 섹시 군통령 지원이, 지난해 트로트 '붕붕붕'으로 데뷔한 신인으로 청순함이 돋보이는 이지민은 분명 새로운 트로트를 보여줬다.

 트로트 찬양 목사 구자흥은 재기발랄한 무대로 '뽕'의 즐거움, 시각장애를 지닌 임호범은 진심 어린 무대로 '뽕'의 진정성을 선보였다.  

 TD의 역할의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점도 흠이다. 트로트계의 양대 축인 태진아·설운도와 신세대 트로트가수의 대표주자 박현빈·홍진영을 비롯해 박명수, 유세윤, 뮤지, 아이비 등의 구성은 나름 탄탄하고 신선했다. 하지만 프로듀서 역이 강조된 '트로듀서'라는 직함과 달리, 이들이 가수의 색깔을 만드는데 크게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였다. 

 '트로트엑스'는 시청률 2% 안팎으로 대중의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슈퍼스타K' 시리즈가 절정일 때 기록한 10% 안팎의 시청률과 비교하면 더 분명하다. 트로트의 한계를 실감한 것이다. 하지만, 나미애의 "다른 장르보다 한단계 아래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를 바꾸 싶다"는 마음과 그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트로트의 정신과 엠넷스러움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세대, 특히 가요 순위를 좌지우지 하는 젊은 세대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방안이다. 엠넷의 김기웅 국장 말마따나 그래야 "100위 안에 트로트가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트로트엑스'는 방송 내내 상위 진출자와 시청자의 호응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엠넷은 TD들의 취향이 반영된 탓이라고 했다. 결승에서는 100% 시청자 투표로 뽑았다. 나미애 우승에는 이의가 전혀 없다. 대신 엠넷의 정신과 색깔은 흐릿해졌다. 나미애가 트로트곡인데 전혀 색다른 해석을 가했다면…. 그래도 '뽕끼'는 유지했을 법하다. '엠넷스러움'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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