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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창]포스코 검찰수사, 성형외과식 수사는 안된다

등록 2015.05.19 11:14:05수정 2016.12.28 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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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사람이 병들면 각기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에너지 섭취량은  증가하는데 그만큼  소비하지 않으면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이른바 ‘비만’에 이른다.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돼 복부 비만인 사람이 성형외과에서 메스를 이용해 수술한다 해도 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바른 식생활 개선으로 생활 패턴을 꾸준히 바꿀 때 비로소 과체중을 억제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많은 고통을 견뎌낼 때만 가능하다.

 기계 또한 마찬가지다. 저마다 용량이 있는데 과도한 힘을 주거나 무리하게 기계적인 운동을 요구한다면 오작동(誤作動)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사람이든 기계든 제때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병들고 고장 나서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요즘 화두가 된 포스코 이야기를 사람의 비만과 기계의 오작동에 비유해봤다.

 잘나가던 포스코는 2009년 정준양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변고(變故)가 생겼다. 부실한 회사를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많은 가격을 주고 인수·합병(M&A)하면서 계열사를 수십 개로 늘려 ‘비만 그룹’으로 만들었다.

 검찰이 이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만, 성형외과적인 수사가 아닐지 걱정이다.

 원인은 애초 정 전 회장이 선임된 과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성형외과적인 수사로 마무리한다면 비만 그룹이 돼버린 포스코를 치유할 수 없다.

 또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수사를 대충 마무리한다면 앞으로 또 다른 형태의 비만이나 오작동이 없으라는 보장이 없다.

 항간(巷間)에 말이 많았던 정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포스코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나라 산업의 리더 자리를 유지해오던 포스코가 완전히 치유돼 다시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에도 성형외과에서 메스를 이용해 복부의 지방을 제거하거나 코를 높이는 성형외과식 치유에 불과한 수사로 끝낸다면 불행한 일이다.

 정 회장이 취임했던 2009년, 60만원대였던 주가가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에서 기업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주가에 정확히 반영된다.

 부실기업의 주가는 고가를 형성하기 어렵다. 운동도 하고, 식생활 패턴도 바꿔 건강한 기업이 됐을 때 그 적정가는 고가를 점하게 될 것이다. 

 2010년 포항공대 학교 법인인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을 투자했다 날리는 일이 있었다. 이사회도 거치지 않은 채 학교법인 모 전무가 투자해줬다는 해명에도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학교재단이 거액을 투자하고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날린 사례도 이참에 검찰에서 밝혀야 한다.

 부실 회사를 매입한 과정도 살펴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협조한 사람들도 문책해야 한다. 이사회는 이런 상황을 항상 견제하고, 제 역할을 했을 때 비로소 존재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 권오준 회장 또한 성진지오텍 등 문제를 알면서도 지난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전직 포스코 중견 간부는 “정 회장과 권 회장의 태생(?)이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했다.

 19일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2009~2012년 포스코건설 사장을 지내며 ‘영업비’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끝나고 나면 정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최근 김진일 사장, 이영훈 부사장, 윤동준 부사장, 오인환 전무 등 포스코 사내이사 전원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28개 계열사 대표들이 권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권 회장은 사표를 내는 대신 비상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아 쇄신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나 책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하튼 포스코는 지금 환부를 도려내는 등 수술대에 올랐다. 그 수술이 성형외과식 치유 방법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생활 개선이기를, 그래서 건강한 몸을 되찾아 국민 기업으로 다시 바로 서주기를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염희선 뉴시스 아이즈 편집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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