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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감대상이 대우조선해양 뿐인가

등록 2015.09.21 17:21:40수정 2016.12.28 15: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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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몰랐다면 '바보', 알았다면 '분식회계' 아닌가."

 21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는 대우조선해양으로 시작해 대우조선해양으로 끝났다. 수 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은 오직 대우조선해양만 좇았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오전 국감 내내 단 한 번도 마이크에 손을 대지 못했고, 기업은행 권선주 행장의 발언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정무위 위원들은 이날 시작부터 홍기택 산은 회장을 상대로 질문과 질타를 퍼부었다. 대부분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위원들은 대주주인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해 책임 질 것을 요구했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회사에 파견하고도 미리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한 추궁이 반복됐다.

 물론 3조원대의 부실이 있는데도,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 조선업계의 불황 속에 매출 10조가 넘는 거대 회사의 회생이 과연 가능할지 등에 대해 의원들의 궁금증이 많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도 큰 사안이다.   

 하지만 불난 집에 불이 났는데도 모두들 원인 찾기에만 분주했다. 정작 불을 끌 방법에 대한 물음은 전혀 없었다.

 정작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FLC의 매각으로 인한 효과와 정상화 방안, 또 파업을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의는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대우조선문제 해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디어의 주목을 끌기 위한 '한 건 발언' 에 매달리는 인상이었다. 

 더욱이 의원들은 대우조선해양 외의 다른 중요 사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산업은행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호산업을 특정 인사에게 매각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현대증권을 일본자금에 넘기면서 발생할 우려는 없는지를 묻는 말은 없었다.  

 구조조정 중인 STX와 동부그룹, 파산 직전의 팬택에 대한 언급도 듣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여신 건전성이나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파산저축은행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감시도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정무위 국감의 본질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에 촬영 스태프들이 4대 보험에 가입했다는 내용 등이다. 

홍기택 회장을 행장으로 잘못 불렀고, 이미 매각이 끝난 팬오션의 정상화 방안을 묻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히려 의원들은 기세등등했다. 고성도 오갔다. 한 의원은 국감 중에 "국민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그렇게 X팔린 대답을 하면 어쩌나"고 외쳤다.

 '국민의 대표라는 분들이 이 정도밖에 안될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당당한 목소리가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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