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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낯부끄러운 국감'은 이제 그만

등록 2015.10.09 18:32:16수정 2016.12.28 15: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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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역대 최악의 졸속 국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2015년 국정감사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올 국감도 결국 정쟁과 호통, 보여주기식 구태가 반복됐다. 정책 실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자가 담당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도 '졸속 국감'의 면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

 대법원과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이틀간 파행이 빚어졌고, 심지어는 식사시간 부족을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야의원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정작 피감기관으로 국감장에 나온 법원 및 검찰 관계자들은 입도 떼지 못한 채 허공만 바라봤다.

 8일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는 개회 1시간여만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의 국정감사 참여 자격을 두고 여야가 설왕설래를 벌인 때문이다. 두 차례 정회 후 오후 3시를 넘겨서야 비로소 업무질의가 재개됐지만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질리는 만무하다.

 저녁 국감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의원님들의 '밥먹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오후 8시에 속개된 국감에 여당 의원들은 뒤늦게 나타나 "여당 위원들이 없는 사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속개했다"며 "1시간은 촉박해 식사를 다 못마쳤다"고 반발했다.

 이상민 법사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이 오후 6시45분에 국감을 끝내고 8시에 속개하겠다고 했지만, 1시간15분으로는 밥도, 차도 다 먹지 못하고 양치를 할 수 없었다는 논리였다. 일종의 '촌극'이다. 또다시 국감은 10여분간 정회됐다.

 이날 파행은 전날 대검 국감이 파행을 빚으며 흐지부지 끝난지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여야를 대표한 두 간사는 전날 마무리 발언으로 대검 국감 파행에 유감을 표시하며 "질의에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 "초(시간)를 아주 아껴써서 국감을 해야하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지만 다음날 행동은 달랐다.

 국감 내용도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 '박원순 아들 병역법 위반 수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선고유예 판결' 등의 정쟁으로 잠식됐다. 여야는 서울고검부터 서울고법, 대검, 대법원 국감까지 정책보다는 정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법기관의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질의와 대안을 논하기보다 쳇바퀴 돌듯 같은 내용이 반복됐고 국민의 관심에서도 점점 멀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계파갈등과 공천룰 이슈 등에 사로잡혀 국감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사위 소속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서울고법 국정감사 전날 질의 준비에 대해 묻자 "준비한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낯부끄러운 국감은 이제 그만할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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