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포털에 이름 쳐서 나오면 공인인가

등록 2015.10.08 17:19:30수정 2016.12.28 15:43: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신진아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일에 종사하는 인물이 공인(公人)이다. 하지만 요즘은 ‘유명인사=공인’으로 통한다.

 과거 어느 유명배우는 사전적 의미에 입각해 “배우가 왜 공인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제법 설득력이 있지만, 어쨌든 현재 통용되는 사회적 기준은 ‘유명인사=공인’이다. 물의를 일으킨 대다수 연예인들은 항상 “공인으로서 불미스런 일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유명해야 공인일까. 공인 여부가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인에 대해 알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인과 관련된 뉴스를 보도한다.

 7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한 여성감독이 관객숙소에 투숙하던 중 새벽에 샤워실에서 휴대폰 ‘몰카’를 당한 사건이 미디어에 실명으로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감독이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진행상황과 경찰 조사과정에서 느낀 부당한 점-가해자가 촬영버튼을 누르지 않았으면 죄가 성립 안 될 수도 있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는데, 한 매체가 이를 기사화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감독의 이름과 신상이 자세히 공개됐고, 감독은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괜찮냐”는 전화까지 받았다.

 감독의 SNS에 따르면 그녀는 실명 보도한 일부 매체에 전화를 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고, 보복피해를 받을 위험이 있으니 익명으로 기사를 수정하고 공식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과 대신 “당신은 공인이다”는 반박을 들어야 했다.

 최초 보도한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려는 감독의 대처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사이버수사팀이 “감독이 포털사이트에 이름 치면 나오는 공인”이고, “기자가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보도”했고, “이 사실보도가 감독을 비방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혐의없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기 때문이다. (8일 현재 실명은 ‘여 감독’ ‘여 관객’으로 수정돼 있고 최초 보도한 매체는 기사를 삭제했다) 

 영화제 기간 발생한 범죄사건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할 일이 맞다. 하지만 감독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꼭 국민의 알권리인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아닌가.

 언론의 취재창구로 인기인 SNS의 글을 보도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SNS가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올린 글은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게 됐다. 기자 역시 특정 사건에 대한 SNS의 글을 공적이라고 판단하고 ‘무단인용’했다가 지적을 당한 적이 있는데, 본인 확인 없이 기사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결과적으로 이 여성감독은 ‘몰카’ 피해와 실명 공개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요즘은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쳐서 나오면 공인’인 듯한데(100% 동의할 수 없지만), 설령 공인이라고 해도 묵묵히 감내하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