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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화'에 혼쭐난 檢, 전화위복을 기대하며

등록 2015.10.14 14:54:15수정 2016.12.28 15: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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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 그가 사건 발생 18년 만에 다시 법정에 오게 된 결정적인 공은 검찰이 아닌 '영화'의 몫이었다.

 2009년 9월 개봉한 홍기선 감독의 '이태원 살인사건'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끝내 진범이 잡히지 않은 미제사건을 재조명했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국민들은 공분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을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도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로 인해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영화 덕일까. 검찰은 이후 재수사를 통해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2011년 12월 그를 기소했다. 적잖은 의문점을 남긴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과 아울러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조성되는 데에 영화가 큰 몫을 한 셈이다.

 비단 '이태원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들로 인해 일어난 거센 여론으로 검찰이 혼쭐 난 경우는 여럿 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동명 소설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는 검찰이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이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국회는 2011년 아동·장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일명 도가니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2013년 개봉된 영화 '변호인'은 지난 1981년 일어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부림사건'을 다뤘다. 전두환 정권 시절 공안 당국이 고문과 가혹행위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 19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한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정밀하고 세심한 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정확히 밝혀내야 하고, 이후 재판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같이 문화콘텐츠가 검찰 수사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 사례가 여럿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일 패터슨은 사건 발생 18년만에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녹색의 수의를 입고 말끔하게 면도를 한 상태의 패터슨은 세간의 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끔 방청석 등을 둘러볼 뿐 담담한 표정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총력전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11년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 및 기소를 맡았던 박철완 부장검사(43)를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와 함께 재판에 투입했다. 당시 패터슨을 체포한 미국 CID(미군 범죄 수사대)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조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검찰이 이번 이태원 살인사건의 실체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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