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청년수당 50만원? 약소할 따름이다

등록 2015.11.10 08:39:04수정 2016.12.28 15:53:0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가 마침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게 됐다. 빅리그의 여러 팀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포스팅의 승자 미네소타 트윈스가 히어로즈에 건넬 금액은 1285만달러, 단독교섭권을 따내는데만 우리돈으로 147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4년 전만해도 박병호는 그저 잠재력 있는 선수에 불과했다. '우승은 못해도 스타플레이어는 많다'는 전 소속 구단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히어로즈 프런트는 2011년 잠재력만 믿고 박병호를 데려왔다.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을 때까지 4년 동안 그가 기록한 성적은 모두가 아는 대로 잠재력 이상이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의 히어로가 됐다.  

 얼마 전의 일이다.

 인턴으로 한달 남짓 취재하는 걸 돕던 아이가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대학생으로서는 얼추 감당하기 힘든 일을 시켰음에도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나이 또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스펙에 예의까지 바른 친구였다.

 타사 선배는 '뽀빠이'란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공연한 기대감을 심어주기 싫어(난 인사권이 없다) 인턴 기간 동안 짐짓 무덤덤하게 대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밥 한번 못 사주다가 인턴 마지막 날 불고기를 사주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아이는 인턴기간 만료와 함께 곧바로 취업박람회를 쫓아다닐 거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낡은 노트북이 먹통이 돼 투덜대는 나에게 "저 곧 인턴 끝나니까, 제 노트북 쓰세요"라며 해맑게 웃던 그 아이에게 딴에는 작은 격려가 됐을지 모르겠다.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활동비조로 월 50만원 정도를 준다고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을 우려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잠재력을 가졌다는 우리 청년들이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몇개월 차비나 책 사는데 쓰라고 자금 좀 대주겠다는 데 이렇다.

 한가지 상기할 게 있다.

 거의 반세기 전 생전의 정주영 회장은 백사장이 찍힌 사진 몇장 들고 영국으로 건너가  조선소를 지을 돈을 빌렸다.

 유럽은행가가 동양에서 온 청년사업가에게 거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우리는 귀가 닳도록 들었다.

 청년 믿음 수당, 청년 신뢰수당, 이름은 뭐라도 좋다. 우리 청년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자.

 지금의 우리 청년들이 정 회장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 모르긴 몰라도 짠돌이로 소문났다던 그 유럽 은행가보다 우리사회는 훨씬 더 여력이 있다.

 내가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아이가 50만원을 탔으면 한다.

 술을 먹든, 영화를 보든, 책을 보든, 여행을 하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짤 줄 아는 청년을 나는 믿고 싶다.

 그 아이가 박병호처럼, 시금치 먹은 뽀빠이처럼 기운을 내 우리 미래를 책임질 히어로가 되길 희망한다.

 잠재력에 투자하는 50만원이 내 눈엔 약소할 따름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