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기본'만 하려는 행자부를 지켜보며

등록 2015.12.04 19:13:29수정 2016.12.28 16:01: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기본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과 같다."

 초년 기자시절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기본 책무만 하는 것은 정파적 이해 득실에 얽매여 기본을 망각한 행위와 사실 별 다른 게 없다는 이 말이 당시로선 충격적으로 들렸다. 횟수로 8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하는 걸로 봐서 확신한다. 다만 잠시 잊고 지냈다.

 이 말을 다시 떠오르게 한 일이 있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國家葬) 기간 때다. 기자는 장례의 전 절차를 확인해 보도해야 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유족 측과 합의가 덜 됐다는 이유로 모두 비밀에 부쳤다. 주무부처가 결정할 사항이라 알 수 없다는 국가장 총괄부처로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까지 해댔다. 언론의 잇단 항의에 국가장 세부 계획을 공개했지만 혼선과 잡음은 계속됐고 결국 국가장이 끝나고 이틀 후인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 글까지 올리는 일이 빚어졌다.

 이 기간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정종섭 장관은 온데간데 없었다. 부처를 대신해 의견이나 태도를 표해야 할 대변인도 부재했다. 정 장관은 지구촌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을 위해 국가장 기간 중 이틀을 대구에서 보냈고 대변인이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대구는 정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 예상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정 장관이 사의를 표한 지 한달째가 다 되어간다.

 장관직 사퇴를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수장 자리는 사실상 비고 공무원들은 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업무 보고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 쯤은 누구나 안다.

 행자부는 국가장 확정 직후 정재근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추진단을 꾸렸다. 장례집행위원장인 장관을 두고 차관을 활용한 것인데 국가장을 차질없이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 성격이 짙다. 떠나는 장관이 챙기기 어려우니 차관 중심으로 진행하라는 궁여지책인 셈이다.

 '바지 사장'이라도 있는 가게와 없는 가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부처의 장관은 그보다 더하다.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부처를 책임진다. 동시에 자신의 정책 구상을 그려 실행에 옮기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매긴다.

 특히 중앙부처 업무의 태반이 기획업무 임을 감안할 때 장관의 의지와 선호도에 따라 업무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정 장관의 머릿 속에는 총선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국가장 수행에 있어 공백은 뻔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한 치의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정 장관이다.

 행자부 한 직원이 기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예전처럼 하던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말이다.

 기자는 그 때 "기본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못한 것이 내내 후회스럽다.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가 더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드러내놓고 업무를 외면하고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 불편하다고 말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