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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2의 '건대 집단폐렴 사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등록 2015.12.09 09:35:44수정 2016.12.28 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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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뉴시스】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발생한 집단 호흡기질환(폐렴)이 감염 예방관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발생했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사료를 많이 취급하는 실험 환경 속에서 유기 분진과 관련된 병원체 증식이 이뤄졌고,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오염원이 확산돼 집단 호흡기질환이 발생하게 됐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실험실 내 환경은 감염예방에 매우 취약했다.

 공부하는 공간과 실험실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사료 연구로 인한 유기 분진과 먼지 투성이인 실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실험 후에는 미생물을 냉장고나 배양기에 보관해야하는데 그냥 방치하거나 개인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

 '예방 불감증'또는 '무사안일함'이 빚은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실험실에 대한 대학들의 '예방 불감증'은 건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교 실험실들이 제2의 '건국대 집단폐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위험을 유발시킬 수 있는 물질들을 방치하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연구생들이 실험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올해 국정감사 때에는 국내 최고 대학으로 손꼽히는 서울대도 지적을 받았다.

 당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1368개 실험실 중 일일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실험실이 478개(35%)에 달했고, 실험실에서 음식을 먹거나 흡연을 하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곳도 63개(4.6%)였다.

 서울대 실험실 중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633곳 중에 화학약품 목록표를 작성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보관하는 곳 등도 적잖았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인 K대 홈페이지에는 실험실 청소 또는 공사를 이유로 기자재와 폐기물을 건물 복도에 방치해 둔다는 항의성 글도 게시된 바 있다.

 게다가 실험실 안전을 관리할 전문 인력이 태부족인 대학교가 대부분이다.

 미생물을 다루는 단과대 뿐만 아니라 폭발, 화재의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과대학 실험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건국대는 이번 일을 겪은 후 환기 시스템 개선, 대학원생·학부생 생물안전교육 필수화, 안전관리팀 확대 개편, 후속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조치를 취했다.

 다른 대학들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때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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