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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호동, 약한 모습이 어울릴 때

등록 2015.12.09 16:48:46수정 2016.12.28 16: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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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인우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한때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 예능계를 양분하며 국민MC로 불리던 강호동의 입지가 옛날 같지 않다. 세금 관련 논란으로 잠정 은퇴 후 복귀하고 3년여가 흘렀지만 '강호동의 프로그램'으로 뇌리에 박힌 건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정도다. 그동안 '별바라기' '달빛 프린스' '투명인간' 등이 강호동을 스쳤다.

 이런 그가 최근 종합편성채널로 발길을 돌렸다. 먼저 JTBC에 안착해 '투유프로젝트-슈가맨'으로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유재석도 긍정적인 선례가 됐을 테고,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등을 함께 하며 전성기를 가져다 준 여운혁 PD의 영향도 있었을 테다. 어쨌든 미미한 성적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마음이었을 거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의 성적표는 일단 나쁘지 않다.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 전국 2.0%, 수도권 1.6%, 분당 최고시청률은 3.7%다. 종편 프로그램치고는 괜찮은 결과지만 어디까지나 종편 프로그램에 국한했을 때 얘기다. 강호동의 종편행에 걸린 기대에 비하면 좋아하긴 이르다. 심지어 김영철, 서장훈 등 온갖 예능 대세들을 데려다 놓은 프로그램 아닌가.

 강호동의 꾸준한 부진은 단순히 그가 복귀 후 제대로 재안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가진 건 타고난 체력"이라는 말이 대표하는 강호동 스타일의 힘이 넘치고 윽박지르는 진행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를 증명하는 게 최근 조회수 5000만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낳은 웹 예능 '신서유기'다. 여기서 강호동은 힘 넘치는 호랑이가 아니다. 스마트폰 채팅 사용법도 몰라서 깨갱하고, 함께 출연한 동생들은 강호동의 호령을 옛날의 그 호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쭈글쭈글'한 그의 모습은 역시 스스로를 '호동이'라고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강호동은 귀엽다고 생각하게 한다.

 강호동이 건드릴 수 있는 지점은 이제 이 부분이다. 위풍당당하게 전성기를 구가했던 부모의 나이들고 약해진 모습을 짠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자식의 마음 같은 것, 누구의 머릿속에나 있는 볼 빨간 어린 호동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 대중이 다시 강호동을 외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지난 4일 열린 '아는 형님' 제작발표회에서 "호동이 형이 녹화 때 '뭘 봐?' '웃지마!' 이런다"며 스스로를 '호동이 밥'이라고 칭했던 개그맨 김영철의 말이나 "옛날 예능 좀 하지 말라"는 김희철에게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장사예능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전한 각오가 그 증거다.

 다음 주면 강호동의 두 번째 JTBC 예능 '마리와 나'가 출발을 알린다. 반려동물과 함께 출연하는 말랑말랑한 프로그램이다. "방송인으로서 시청자에게 어떤 재미와 행복, 기쁨이 돼 드릴까만 고민한다"는 강호동의 약해진 모습, '마리와 나'에서는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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