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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미 통화스와프'의 시그널

등록 2016.03.01 11:11:32수정 2016.12.28 1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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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안정성 등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다급하다는 인상을 주면 안되기에 섣불리 하자고 얘기를 못 꺼내는 것이다. 필요한 시점이 되면 하자고 할 거다. 그럴 용의는 있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변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잭 루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했으나,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정부,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할 듯'이라는 뉴스로 탈바꿈된다.
 
 당시 그 자리에서 이어진 유 부총리의 해명.

 "(미국과 통화스와프) 얘기를 지금 해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안 했다. 통화스와프라는게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자칫하면 국내 사정이) 어려우니 미국과 스와프로 뭘 해보려는 시그널을 줄까봐 조심스럽다."

 방점은 통화스와프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얘기를 성급하게 꺼낼 경우 오히려 한국의 대외 지급능력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자금 유출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점에 통화스와프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유 부총리의 답변은 오히려 원칙론에 가까웠다.

 하지만 부총리의 출장 일정에 동행했던 10여명의 기자들과 기재부 직원들은 이날 발언을 두고 한 바탕 난리를 치렀다. 이 사안이 갖는 대내외적 민감성 때문이었다.

 간담회 직후 기재부는 기자단에 통화스와프 관련 발언에 대한 비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몇 차례의 논의를 거듭한 끝에 발언 대부분을 사용하기로 정리가 됐다. 결국 언론 보도는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재추진을 공식화한 것 같은 분위기로 기울었다.

 되짚어 보면 오히려 정부가 언론의 보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다가 사안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통화 스와프는 경제 위기 등으로 외환 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경험했던 'IMF 외환위기'로 인해 대외 지급능력에 대한 위기 의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국내 언론들이 미국, 일본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같은 나라와의 통화스와프는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로서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하면 든든한 안전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원화 확보로 인한 실익이 크게 없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막상 양국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도 협상이 언제 타결될 지 알 수 없고, 통상 그 과정도 매우 지난하다.

 정부의 고심은 이 지점에 있다.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광풍이 몰아쳤던 2008년이다. 당시 정부는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다 협정 체결 전날 이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그 자체로 빅뉴스다.

 글로벌 금융 불안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산술적으로 측량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다만 이런 신호가 자칫 시장에선 경제주체들에게 마치 우리 경제가 2008년 같은 상황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부작용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설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더라도 우리가 다급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협상 전략 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자들에게 비보도를 요구한 것도 국익의 관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과정이 어찌됐던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재개 여부는 이제 모든 언론의 핫이슈가 됐다.
 
 이즈음 정부가 할 일은 더욱 명확해졌다.

 하나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것. 또 하나는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비해 지금보다 촘촘한 안전망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는 일.

 두가지 숙제 모두 참 만만찮아 보인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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