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일부 대리운전업체, '카카오 기사'에 양자택일 요구 등 '갑질' 논란

등록 2016.07.15 11:28:30수정 2016.12.28 17:22:1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대리운전 경기연합에서 대리운전기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카카오 드라이버(은어 '카카롱')와 연합콜 가운데 하나만 이용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대리기사는 "기사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사진/제보)

'카카오 드라이버'이용 기사들에게 기존 서비스 중단 압박  양자택일과 반성문까지 요구하며 기사들 감시·인권침해 논란도    대리운전업체 "카카오란 대형 사업자 등장해 어려워져…기존 기사 지켜야"  기사들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생존권 약탈", 카카오는 법적대응 준비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일부 대리운전사업자와 콜센터업체들이 카카오 대리운전 호출앱인 '카카오 드라이버' 이용 기사에게 최후 통첩을 보내고 있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 대리운전사업자들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와 카카오 드라이버 가운데 양자 택일 할 것을 요구하며 갑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15일 대리운전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리운전사업자 등은 기사들에게 전체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할 경우 자신들의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타사콜(카카오 드라이버)을 받으면 콜 확보 기회를 박탈하겠다. 휴대폰을 두개 써도 알아낼 수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다 걸린) 제한된 기사들은 소속회사 사무실로 가서 협약서를 작성한 뒤 제재를 풀 수 있다" "협약서를 쓰고도 카카롱(카카오 드라이버)을 병행하면 다시는 연합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리운전 콜센터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카카오 드라이버는 '타사콜' '카카롱' 등의 은어로 표현됐다.

 이들은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다 적발된 기사가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려면 '다시는 카카오 드라이버 콜을 받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리운전업에 진출하면서 카카오 드라이버 기사 모집을 대대적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 대리기사 수가 늘어나 기존 대리기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대리운전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카카오란 대형 사업자가 등장해 시장이 어려워졌다"고 반박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카카오드라이버 콜 수행 시 5000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도 대리기사회원들이 다른 회사 콜을 받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며 "대리운전 고객은 카카오에 상당부분 빼앗겼지만 기사회원들이라도 지켜야 한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리운전 콜센터 관계자는 "카카오 드라이버를 쓰는 대리기사는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카카오를 홍보해주는 격인데 잘못되지 않았나. 이번 조치는 우리와 예전부터 열심히 일해온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할 기사는 카카오만 쓰고, 우리 연합콜을 이용할 기사는 순수하게 우리 것만 이용하며 구분하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다 걸리면 기사 등급이 떨어지고, '다시는 카카오 드라이버 콜을 받지 않겠다'는 반성문에 가까운 확약서를 써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사진/제보)

 이에대해 대리운전 기사들은 명백한 생존권 및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경기도 모 대리운전연합에 소속된 40대 대리기사 이모씨는 이달 초 '카카오 드라이버'로 손님을 받은뒤 이튿날 콜센터의 대리기사 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이씨는 "등급이 떨어지니 반경 50km 이내에도 콜이 안 잡힌다.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면 대리운전업계에서 쫓아내겠다는 뜻"이라며 "내가 카카오 드라이버 콜을 받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섬뜩하다.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생존권 약탈"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콜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3~4개의 대리운전 배차 앱·프로그램을 쓴다. 2014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로지' 시장 점유율은 87.3%, '콜마너' 69.1%, '아이콘소프트(아이드라이버)'가 34.6%로 업계 1~3위가 시장을 포진하고 있다.

 대리운전 콜센터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요청된 콜을 모아 기사들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대리운전 콜을 중개하는 카카오 드라이버와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대리운전 콜센터업계에서 반카카오 정서가 더욱 극심하다.

 경기권에서 활동하는 한 대리기사는 "대리운전업체와 대리기사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기사들이 업체를 먹여 살린다. 대리운전비의 수수료 20%, 월 12만원의 보험료, 월 1만5000원의 콜배차 프로그램 이용료를 업체들이 따박따박 가져간다"며 "대리기사들은 더 많은 콜을 받기 위해 통상 3~4개의 배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프로그램 이용료만 한달에 5만~6만원대다. 카카오는 기본료가 높고 보험료와 프로그램 이용료가 없다. 카카오 대리운전 진출에 위협을 느낀 기존 사업자들은 이제서야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리운전업체들이 기사들의 카카오 드라이버 콜 수락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인권침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기사들이 카카오 드라이버 앱을 설치만 해도 적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 드라이버 앱 해킹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드라이버 사용 여부는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며 "카카오 드라이버를 부르면 기사 사진이 뜨는데 이 방법으로 채증을 할 수 있고, '연속배차' 기능을 활용하면 타사 콜을 썼는지 확인이 된다"고 귀띔했다.

 연속배차란 대리기사가 A사 콜을 받아 손님을 태우고 강남에 도착했다면 몇분뒤 강남에서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콜을 받는 개념이다. 만일 강남에 도착한 해당 기사가 다음 콜을 일산에서 수락했다면 강남과 일산 구간을 타사 콜로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카카오는 일부 대리운전업체들을 상대로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하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다만 서류 준비 등의 이유로 신청 시점이 지연됐다"며 "이번 사건은 본연의 경쟁 대신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행위이자 종사자들에 대한 협박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