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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 “김영란법, 얻어먹으려는 자에게만 비현실적”

등록 2016.08.04 16:40:04수정 2016.12.28 17: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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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청탁금지법, 즉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을 만든 사람은 김영란이 아니라 이성보다. 그런데 ‘이성보법’이 아니다. 어찌 된 일일까.

 작년 말 국민권익위원장에서 물러나 올봄 법률사무소를 낸 이성보(60) 변호사는 “2012년 12월 제4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전임 김영란 위원장 주도로 청탁금지법 입법을 준비해 예고기간을 거친 후 정부 내 협의절차를 진행 중이었는데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교착상태임을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논설이나 기사가 자주 실렸고 국회 정무위에서는 야당의원 일부가 정부안 제출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달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관심을 받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성보, 김영란 두 전 위원장은 서울법대 동갑내기 동창생이다. 사법시험에도 같이 합격한 사법연수원 동기다. 김영란은 대법관을 지내고 제3대 권익위원장이 됐고, 이성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서 4대 권익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갓 취임한 이성보는 청탁금지법에 회의적이었다. “3대 때까지 준비돼 있던 법안을 보면서 종래 형법상 뇌물죄 규정 등에 의해 규율되던 법리를 한 단계 뛰어넘어 대가성이 없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처벌하거나 금품수수가 수반되지 않는 부정청탁도 처벌토록 하는 것과 같은 내용에 생소한 느낌을 가졌다”는 고백이다.

 이후 위원장으로서 부패 문제를 다루면서 심각성을 인식했고, 법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내용을 잘 손질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대다수 국민들과 달리 법조인들과 관계부처의 이견이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뇌물죄 등 법리에 익숙해 있던 탓이다. 조율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법안의 내용과 필요성을 보고했다. 법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법무부와 권익위의 의견을 조율케 한 후 정부안을 도출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권익위가 입법예고한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거의 모든 언론이 ‘후퇴’, ‘누더기’ 등의 표현으로 맹포화를 퍼부었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일단 정부 내에서 필요한 입법 절차를 통과해야 국회 논의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대로 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략적 후퇴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법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소관 상임위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4·16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자 국회는 비로소 법안 심의에 착수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초 제출된 정부안과 달라진 것 중 주요한 것은, 적용대상자에 언론기관과 사학 종사자들이 추가됐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포괄적인 규정에서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꿨으며, 법안의 중요부분 중 하나인 이행충돌방지규정이 통째로 빠지게 됐고, 금품수수 금지와 관련해 직무관련성 요건을 손질했으며, 금품수수를 금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것 등이다.” 2015년 3월 찬성 226, 반대 4, 기권 17표로 법안은 통과됐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email protected]

 ‘이성보법’이 아니어도 좋다.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에 대해 개인적인 아쉬움은 전혀 없다. 김영란 전 위원장이 이 법안에 대해 전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입법을 추진했기 때문에 처음에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영란 전 위원장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이 법이 김영란법으로 불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고, 실제로 김 위원장이 당초 의도했던 내용과 현재의 법은 상당히 달라져 있으며, 이렇게 불리다 보니 그 메시지가 너무도 강렬해 법의 내용도 보지 않고 이러이러한 법일 것이다라는 선입관을 주기도 해 현재의 법을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권익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청탁금지법 정도로 부르면 어떨까 한다.”

 이성보에게 우리나라는 부패 권하는 사회다. “뿌리 깊은 연고관계에서 비롯된 부패유발적 문화가 오래  부터 존재해 왔다. 청탁이나 접대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관행이나 미풍양속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공공기관에 일이 생기면 잘 아는 지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당장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장차 도움 받을 일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금품을 건네거나 접대하는 것은 관행이다. 형법 등 부패방지 관련법령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는다. 이를 뿌리뽑으려면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청탁금지법이라고 확신한다. 

 입법 전후는 물론, 아직까지도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의 반응은 그러나 국내와 판이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법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한 바 있고, 지난해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내가 OECD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 초청으로 파리의 OECD 본부에서 열린 반부패 포럼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통해 청탁금지법 내용을 소개했는데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은 바도 있다. 청탁금지법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획기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

 권익위가 제출한 정부의 원안에는 언론기관과 사립학교가 들어있지 않았다. 먼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법을 적용하자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소위 과정에서 기왕에 포함돼 있는 KBS나 국공립학교 등과의 형평성이 지적돼 포함되게 됐다만, 이를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최근 수년간 권익위의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60% 가량이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응답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부패 관행은 비단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도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있고, 그만큼 민간영역의 부패행위에 대한 규율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민간영역 중 어느 부분을 먼저 개선해 나갈 것인지는 국민의 정서나 사회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청탁금지법에서는 기왕에 적용대상에 포함돼 있던 국공립학교, KBS· EBS와 비교할 때 민간영역 중에서도 공공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언론과 사립학교를 우선 포함하기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민간영역에 대하여도 부패에 대한 통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인정되고, 입법자의 재량에 의해 그 중 우선적으로 언론과 사립학교가 포함됐다 하더라도 곧바로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이번 헌재 결정도 같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email protected]

 “언론이나 사립학교 외에도 이와 맞먹을 정도로 공익성이 요구되고, 또 부패통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분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순차로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나가면 될 것”이라는 판단이기도 하다.

 정부 제출 법안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빠졌다. 공직자 등이 지위나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과 관련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 등이 일정한 금지된 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는 사후적 성격이다. 반면 이해충돌방지조항은 사전 예방적이다. “이 조항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적인 이익과 충돌되는 공직자 등의 직무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적용을 받는 가족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의 논의를 하다가 우선 합의에 도달한 사후적 규제부분만 입법을 하고, 이 조항에 대하여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이름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라는 데서 보듯이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사회의 부패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른 하나의 큰 축이라고 생각되므로 규제를 할 공직자 등의 직무를 구체적 직무행위로 한정하는 등 지혜를 모아 추가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이 누락됐다는 오해가 있다. 국회의원이 포함된다고 명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청탁금지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이 법의 적용대상자인 공직자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을 가장 먼저 열거하고 있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도 당연히 포함된다. 국회의원이 제외됐다는 오해를 받는 것은 제5조 제3항에서 부정청탁의 예외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의 제정, 개정, 폐지 또는 정책, 사업, 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 건의하는 행위’가 들어 있어서일 것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선출직 공무원이 공익적 목적으로 지역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조차 금지시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금지 예외로 한 것일뿐 흔히 있을 수 있는 특정인을 위한 인허가 청탁, 인사 청탁, 금품 수수 등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미 법률의 적용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는데 그 뜻을 명시할 필요는 없다.”

 경제가 큰 타격을 받으리라는 근심도 깊다. 공직자 등에 대한 접대와 선물이 줄어들고, 법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 부문에까지 심리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의 접대비가 1년에 9조원이 훨씬 넘고, 일반국민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수십만원대의 한우, 굴비 등의 선물세트가 팔리지 않음으로써 1조30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이 온다는 관련 부처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경제가 매우 건전하지 못한 접대, 향응 문화에 의지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이러한 사실들이야말로 청탁금지법과 같은 법률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될 이유가 될 것이다. 공직자 등에게 주는 것이 아닌 한 일반국민들 사이의 선물이나 향응이 얼마든지 허용되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청탁, 향응제공의 문화가 줄어들면 건전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의 평균 정도로 부패가 해소되면 0.65%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는데 이에 의하면 경제선진국들이 대부분 상위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우자 처벌조항도 반발을 사고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 결정 후에도 “범인을 은닉한 친족을 처벌하지 않는 형법 규정과 충돌하는 등 법체계상 맞지 않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부간 불신을 조장하고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는 반인륜적 악법이고 배우자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도록 조장하는 법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고 지적한다. “법률가 단체인 대한변협이 법 조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공직자 등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 그 배우자가 아닌 공직자 등을 처벌하게 돼 있다. 과거의 국가보안법에서 가족들이 간첩인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한 경우나 형법상 범인 은닉죄와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 배우자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하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배우자의 금품수수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금지돼 있는 연좌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금품수수 등의 예외적 허용범위를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정했다. 액수의 현실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공직자 등에게 직무와 관련해서는 금품 등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이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를 예외 없이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기 때문에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금품 수수를 허용한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3만원, 5만원, 10만원의 음식이나 향응을 아무런 제한 없이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특정 품목의 선물을 무제한으로 허용해 달라는 주장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수축산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은 다른 국가정책적인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금액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이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은 이 법의 취지를 크게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먹으려는 입장에서 보니 3만원이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선물도 마찬가지다.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하니….”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email protected]

 카드금액 쪼개기, 현금 사용, 법시행 전 선결제 등 여러 편법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새로운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면 이를 잘 지키겠다는 생각보다 거기에 어떤 허점이나 구멍이 있는지를 연구해 피해나갈 궁리를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편법이 통할 수도 있겠으나 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연고주의, 온정주의에 터잡은 청탁과 향응제공이 매우 불편하게 되는 반부패문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법이 자의적, 선별적으로 적용돼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아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사실 이 법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처벌조항을 가지고 있는 어떠한 법에도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나 수사기관이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기로 마음먹으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른 법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가 있다. 이 법에서 이런 주장이 일부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적용대상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의적인 법 적용은 과거 권위주의시대에서는 있을 수 있었지만 민주화,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법 적용대상에 있어서도 이미 형법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처벌법이 많이 있으므로 기우라고 생각된다.”

 이성보는 법률이 정한 3년 임기를 마친 유일한 권익위원장이다. 이전까지 임기를 채운 위원장은 없다. 평균 1년4개월 재임했다.

 “권익위로 통합되기 전의 기관들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청렴위원회 혹은 부패방지위원회를 통틀어 위원장이 11명 있었는데 비상임 위원장이던 때를 제외하고 지금과 같은 상임의 장관급 위원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분은 거의 없다. 결국 지도자의 인식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옴부즈만과 반부패기관장의 성격을 겸비하고 있는 권익위원장이 법률에 정한 임기에 의해 신분보장이 되지 않은 채 정부부처의 장관처럼 임기와 무관하게 경질되는 현상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 5년 내지 십수년까지 오래 근무하는 외국의 옴부즈만이나 반부패기관장들과 비교해 볼 때 부끄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권익위를 떠났기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관의 명칭에 부패나 청렴과 관련된 단어가 포함돼야 하고(영어로는 Anti-Corruption & Civil Rights Commission으로 제대로 돼있지만 우리말로는 반부패가 빠진 국민권익위원회여서 민원처리 기관으로 착각하는 국민들이 적잖다), 현재 소속이 국무총리실로 돼있으나 범정부 부처에 대한 옴부즈만 역할을 하는 점이나 국회와 법원에 대한 부패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권익위원회로 통합되기 전처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환원돼야 하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정부부처 장관급 기관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임명되는 것과 달리 법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아직도 권익위원장에 대하여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하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도 부처업무에 비춰 볼 때 현재의 정무위원회에서 법사위원회로 변경돼야 하며, 부패 및 공익신고를 처리함에 있어 조사기능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고, 국민권익보호 및 부패방지정책 연구기능을 수행할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청탁금지법이 9월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국민권익위의 업무가 폭주하게 될 것이 예상되는데 내가 위원장으로 있던 시기에 이 법이 통과된 직후 최소한 국(局) 단위의 기구가 증설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력 증원을 요구했으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극소수의 인원만 증원됐다. 획기적인 인력보강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활한 업무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이성보는 정무직에 적용되는 ‘장관행동강령’ 제정을 추진하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부패,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까. “상징적이나마 그 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공직자들이 청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법이 개정됐는데 그에 따른 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더불어 앞으로는 기업을 비롯한 민간부문의 청렴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산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공공재정 부정청구금지법’ 제정도 필요하다. 20대 국회에 새로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동  법률사무소 형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2016.08.04.  [email protected]

 이성보는 넉달쯤 쉬다가 지난 4월 중순 서울 서초동에 법률사무소 형산을 차렸다. “형산(螢山)은 젊은 시절 장난기 섞어 지어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던 나의 호인데 변호사 사무실에 밋밋하게 내 이름을 사용하는 것보다 무언가 다른 명칭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국민권익위원장 이성보였듯, 법률사무소 형산 대표변호사 이성보다. 사(私)보다 공(公)을 앞에 뒀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다, 두 소매 안에 맑은 바람만 있다, 어느 말이 정답인가. 이성보가 묻는다.

 ◇이성보(李晟補) 누구

 ▲1956년 부산 ▲경기고-서울대학교 법과대학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재학중) ▲1984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0년 미국 버클리대학교 로스쿨 ▲1992년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1998년 사법연수원 교수 ▲2005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수석부장판사 ▲2009년 청주지방법원장 ▲2010년 서울동부지방법원장 ▲201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2012~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16년 법률사무소 형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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