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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통에 실패한 이화여대의 '민낯'

등록 2016.08.04 19:03:16수정 2016.12.28 17: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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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기자수첩 첨부용. 2016.8.4  afer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얼핏 접점이 없어 보이는 '스포츠'와 '소통'. 두 영역은 하지만 정확히 같은 덕목을 공통분모로 요구받는다.

 '존중'.

  주먹을 주고 받는 복싱을 스포츠라고 하는 이유는 두 선수가 '서로를 때려눕혀야 할 적'이 아닌, 승부를 겨루는 '경기의 상대'로 존중하면서 룰을 지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존중이 없다면 복싱은 한낱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말을 주고 받는다고 다 소통이 아닌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무례한 언사가 나오지 않는다. 욕설이나 조롱을 주고 받는 이들에겐 누구도 '소통한다'고 바라보지 않는다.

 이화여대(이대) 학생 수백 명의 본관 점거 시위가 4일로 8일째다.

 학생들은 농성 끝에 지난 3일 학교 측으로부터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 약속을 받아냈다. 이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대로 '학위 장사'인지, 학교 측의 설명대로 '기회 확대'인지는 논외로 하자.

 이번 사태이후 줄곧 이 곳으로 출근하는 기자로선 이화여대가 보여준 소통 방식의 '민낯'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시간을 되돌려 짚어보자.

 지난 1일 최경희 총장이 주도해 이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렸던 긴급 기자회견장.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관련된 향후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예상된 수순.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과 대화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반전은 곧 이어졌다.

 "저렇게 마스크에 검은 모자 쓰고, 고집자(주동자)들 줄줄 따라다니고…, 예전엔 저런 학생들 없었어요. 우리 학생들 맞나 싶습니다."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을 둘러보던 최 총장이 기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툭 던진 그 멘트에는 최 총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오롯이 담겨있었다.

 '국내 최고 명문여대'라는 자부심을 가진 대학교. 이화여대 지성의 정점에 선 총장이 불과 몇 분전 스스로 선언했던 '열린 대화'와는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는 '닫힌 인식'을 가감없이 드러낸 순간이다.

 그런데 최 총장은 진짜 몰랐을까.

 학생들이 마스크·모자·선글라스를 썼던 이유를. 익명이 보장되지 못하면 혹시라도 벌어질 지 모를 미래에 대한 불이익 등등.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

 총장 긴급기자회견 자리엔 농성 중인 학생들도 다수 참석했다. 학교측도 학생 참여를 적극 유도한 듯하다. 살풍경한 취재현장에만 익숙했던 기자로선 '이화여대라면 조금이라도 다르겠지'라며 열린 대화의 현장을 기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학교측의 답변이 나올 때마다 학생들에게선 어김없이 '야유'만 쏟아졌다.

 속내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의 눈으로 확인된 이화여대가 보여준 모습은 '야유'와 '비난'의 화려한 충돌 현장이었다.

 긴급 기자회견은 끝났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열린 대화를 천명한 총장은 학생들의 사퇴요구를 애써 묵살하고 있다.

 상황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존중이 없는 소통 속에 아마도 이화여대의 민낯만 갈수록 더 드러날 것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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