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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복지, '모럴 헤저드', 힘 가진 자의 논리

등록 2016.08.05 15:10:08수정 2016.12.28 17: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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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MB는 하고싶은 게 많았다. 강바닥을 파 큰 배를 띄우고, 먼 나라 땅 밑 자원을 선점해 대한민국의 곳간을 채우고 싶어했다.

 그는 복지 쪽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개혁, 의료민영화에 관심이 컸다. MB정부 사람들은 '복지=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다. 복지확대에 거부감이 많았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과잉복지로 나라 살림이 거덜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나 보다.

 MB 자신이 속된말로 밑바닥에서 '쎄빠지게' 고생해서 VIP자리에 오른 처지다. 그래서인지 복지를 논할 때 '인생에 공짜는 없다'는 투의 얘기가 당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입에서 자주 나왔다.

 MB가 임명했지만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복지에 관한 한 국가수반과 결이 달랐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력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노동부 관료에서 시작해 지자체장(광명시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에서는 여성, 환경, 복지 분야에서 약자를 보듬는 법안을 발의했다.

 2008년 여름 복지부 장관에 오른 그의 앞에 놓인 첫 번째 난관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의 뒷처리였다.

 하지만 곧바로 AI보다 더 큰 난관을 만난다. 정부 실세중의 실세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돈줄을 틀어쥔' 기재부는 예나 지금이나 '돈만 쓰는 것 같은' 복지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부처다. 

 전 장관은 복지부 예산편성을 앞두고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수시로 읍소했다.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강 장관과 국무회의에서 자주 논쟁을 벌이는데 도와달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복지확대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최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강행을 비판하는 복지부 쪽에서 "도덕적 해이"란 얘기가 나왔다. 청년 3000여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쥐어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다는 얘기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논란.

 이제는 복지 영역이라기 보다 정치적 영역에 가까워졌다. 조만간 법의 영역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면 절차적 문제도 되짚어봐야 한다.

 유사한 복지논쟁이 펼쳐졌던 8년 전 MB정부 시절.

 기재부가 '공짜(복지)는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논리 아래 복지예산 증액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복지는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 요소'란 명분으로 예산 확보 전쟁을 치렀던 곳이 복지부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으로 많은 분들의 삶이 더욱 힘겨워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자칫 복지정책의 소홀로 이어질까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다. 경제성장을 이루어내는 것과 국민의 어려운 삶을 보살펴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은 국정운영의 커다란 두 가지 축이기 때문에 복지의 성공 없이는 결코 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없다."

 당시 전재희 전 장관이 뉴시스에 기고한 '복지예산 확대론'의 골자다.

 그 때나 지금이나 '도덕적 해이'라는 잣대는 '힘 가진 쪽의 무기'로 읽힌다. '복지=사회통합의 두축'이라는 전재희 전 장관의 읍소를 다시금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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