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좀 더 가혹하라… '제약 리베이트'

등록 2016.08.31 17:18:43수정 2024.03.14 19:25:0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지난 2000년 일본에서는 이른바 '히라카다' 사건이 터졌다.

 오사카에 있는 관립 히라카다 시민병원 관계자들이 제약사로부터 고급 음식점에서 접대를 받다 적발된 것. 우리 기준으로는 관행으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사건이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일본은 대대적인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나섰을 정도다. 

 일본보다 늦었지만 우리 사회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노력도 나름대로 상당하다.

 정부는 6년전인 지난 2010년부터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업체와 이를 받은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탄력을 넣기 위해 리베이트 제공이 두 번째로 적발되면 해당 제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까지 등장시켰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법망을 피하는 수법도 진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코리아. 이 회사는 리베이트 노출이 쉬운 의사와 직접 거래 방식을 피해, 미디어 취재 형식을 갖춰서 26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조성하다가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도 한 때는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온상이었다.

 1980년대 까지도 일본 제약사 수는 1800여개에 달할 정도. '콩나물 시루' 같은 제약업계가 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불법 리베이트였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본의 건강보험 재정으로 넘겨졌다. 급기야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일본 정부는 1990년대부터 해당 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끊고 막대한 벌금을 부과했다.

 강력한 근절책이 작동한 덕분에 일본 제약사는 300여개로 줄었고, 글로벌 제약사마저 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제약시장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강경책을 선택하기 직전 일본시장과 아주 흡사한 구조다.

 작년말 기준 국내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307곳. 이 가운데 '정상적인 경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매출액 100억원을 밑도는 곳이 148곳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국내 제약사 '두 곳중 한 곳'은 제대로 된 시장에선 생존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도 성공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영세 제약업체들의 입지가 극히 좁을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제약을 만들어 마케팅에만 주력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바로 이 지점에 가장 많이 잠복해 있다.
 국내 건강보험 재정 역시 갈수록 심하게 압박받는다.

 20여년전 일본이 불법 리베이트를 방지하기 위해 선택한 고민과 해법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볼 시점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