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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있으나마나 한 인사청문회

등록 2016.09.05 15:55:16수정 2016.12.28 17: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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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비록 야당의 단독 채택이지만, 분명 과반수 의견으로 장관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박 대통령은 불과 수일 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과 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은 연간 5억원씩 지출한 생활비에 대해 전세자금 기재를 실수로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김 장관은 1%대의 초저금리 대출을 받게된 배경 등에 대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고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의원 질의를 피해갔다.

 이들의 답변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했는지는 모르나, 국회에서는 두 후보자의 '장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국회에서 채택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정치적 의미만 있을뿐 법적으로는 아무련 효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국회의 뜻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장관이 임명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인사청문회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 나온다. 인사청문위원 다수가 반대 의견을 제시해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인사청문회를 해야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처음 도입됐다. 국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도입될 때만 해도 국회에서 여야가 장관 임명 부적격 판단을 하면 청와대가 이 의견을 존중할 것이란 순진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여야가 좌우 극단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국회의 판단과 청와대의 결정은 전혀 무관한 일이 됐다. 덩달아 법적 효력 없는 인사청문회도 '망신주기' 통과의례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부터 인사청문회 결과에 대한 법적 효력을 부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가지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이 침해받으면 안되겠지만, 적어도 여야가 절대다수의 의견으로 채택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수용해야 하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나마도 안된다면 지금과 같은 하나마나 한 청문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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