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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경필 지사가 강조한 모병제의 허실

등록 2016.09.12 15:39:30수정 2016.12.28 17: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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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

【서울=뉴시스】윤다빈 기자 =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가 주장한 모병제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가난한 사람만 군대를 가는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고 반박하자, 남 지사가 "지금 돈많은 집안 아들은 군을 안가기에 모병제가 가장 정의롭다"고 재반박하는 등 새삼 이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둘 다 나름대로의 근거를 대고는 있지만 양측의 주장 모두 많은 허점이 있다. 먼저 모병제는 엄청난 돈이 든다. 남 지사는 9급 공무원 수준으로 30만명에게 월 200만원의 돈을 주면 연간 3조~4조원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이 경우 부사관, 장교, 장성급의 보수는 어떻게 할 건지 답이 없다. 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상한다면 추가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더구나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우리 국방체계는 핵을 막을 수 있는 첨단시스템으로 재편성해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와 킬체인(Kill Chain) 등으로 맞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정된 국방예산을 첨단 무기에 투입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또 남 지사는 '현재 돈 있고 빽 있는 사람은 군대를 안 간다'라며 징병제를 비판했는데 이도 역시 극히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한 오류다. 아무리 집안이 좋은 청년들이라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은 묵묵히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남 지사의 발언은 이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모병제로의 전환 시 정년을 어떻게 할지 여부다. 공무원 신분을 부여한다면 지금과 같은 취업절벽 상황에서 군인이 일찍 제대할 이유가 없다. 20대 초·중반의 장병 30만명을 모집했다고 치자. 20~30년이 지나도 이들이 제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군은 평균 연령이 50세가 넘는 최악의 군대가 된다.

 만일 지금처럼 2년 정도 기간만 복무하고 제대시킨다면 유 의원 주장과는 반대로 가난한 집 자식도 굳이 군에 갈 이유가 없다. 200만원의 월급에서 세금을 제하고 나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과 수입에서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집이 가난해도 굳이 사회와 단절된 전방에 가서 목숨 걸고 복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모병제 주장으로 남 지사는 사회적 이슈의 중심이 되는 정치적인 실리를 챙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정치 지도자라면 주요 공약을 내기에 앞서 전후 사정을 꼼꼼히 파악한 뒤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지금의 세종시처럼 국가적 낭비만 초래하는 엉뚱한 괴물만 탄생시키는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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