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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귀족노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록 2016.10.12 11:28:16수정 2016.12.28 17: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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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준모 기자 = 12일은 현대자동차에게 운명의 날이다. 사측과 노조가 2주일 만에 다시 만나 임금협상에 나선다. 이번이 올 해 28번째 단체교섭이다. 협상은 이날 오후 3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시작된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본다는 자체가 청신호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이후 '냉각기'를 가지며 실무진끼리 만나 협상안을 마련해 왔다. 본교섭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뜸들이기'를 했다는 의미다. 자칫 본교섭도 못한 상태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불상사도 면했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넘어야할 산이 더 있다. 노사 대표가 합의안을 만들더라도 조합원 승인 절차를 거쳐야하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월말 임금 5만8000원 인상, 개인연금 1만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등을 담은 1차 협상안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안은 조합원 반대로 부결됐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반복된다면 현대차는 최악의 국면에 빠진다. 우선 예상되는 수순은 정부 개입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이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현대차 파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때 '임금협상 강제해결'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얻은 상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을 중단해야한다. 이를 어기면 불법파업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사태는 꼬일 수 밖에 없다. 노조가 긴급조정권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긴급조정권 발동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실상 금속노동조합과 연대해 정치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결국 현대차 노사가 갖고 있다. 노사 자율로 타협점을 찾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비난은 고스란히 노조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과 이로인한 '수출 쇼크'가 지금도 막대한데 그 피해는 더 확대될 것이다. 일부 차종 에어백 결함 등 품질 불량 문제도 결국은 생산 현장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미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노조 파업 외에도 태풍 침수 피해와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대란 여파를 겪고 있다. '육해공'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현대차 사측의 자조가 엄살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 노조가 계속 명분도 부족한 상태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면 사회 전반의 비판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 이미 기득권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지도층에만 해당하는 사회적 책무가 아니다. '귀족'으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도 이 말의 참뜻을 생각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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