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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김준성·주긴완, '눈물의 드래프트'…이름 불리자 '펑펑'

등록 2016.10.18 17:54:34수정 2016.12.28 17: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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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참가자로 서울 SK에 지명된 김준성이 소감을 말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2016.10.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참가자로 서울 SK에 지명된 김준성이 소감을 말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2016.10.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6 KBL 국내 신인 선수 드래프트는 '눈물의 현장'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뒤 감격스러움에 눈물을 쏟아낸 선수들이 등장해 감동을 선사했다.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은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전체 19순위)로 김준성(24)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준성은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문 감독이 입혀주는 유니폼을 입었다. 관중석에서는 전체 1순위 이종현(22·고려대)이 지명을 받을 때보다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유니폼을 입은 뒤 마이크를 받아 든 김준성은 "모두 안될 것이라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이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버지가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누워계셨다"고 말하면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명지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다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김준성은 당시 농구를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에 합류해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일반인 참가자로 드래프트에 나서 2라운드에 SK 지명을 받으면서 기회를 잡았다.

 드래프트가 끝난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준성은 "제가 여기서 인터뷰를 하는 것입니까"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준성은 "실업팀에서 운동하면서 체육관도 없고 숙소도 없어 힘들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고등학교,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했다. 변변한 버스도 없고 테이핑도 넉넉하지 않았다"며 "부모님 생각도 나고, 실업팀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비운 상태였고,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문경은 감독님께서 부르셨을 때 저인지도 몰랐다. 준비한 소감도 없어 얼떨결에 소감을 말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은 김준성에게 잔혹했다. 신인 드래프트가 있기 3~4일 전 아버지 김상진(57)씨가 간암 판정을 받았다. 드래프트가 있던 날 항암치료를 마쳤다. 힘든 상황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까지 받지 못한 김준성은 농구를 포기했다.

 김준성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후 카페에서 커피도 만들고, 어린이 농구교실에서 주말 강사도 했다. 지난해 2월부터 6개월 동안은 장례식장에서 매니저 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 명지대에서 코치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아들인 그에게 부모님이 힘이 됐다. 특히 간암을 이겨낸 아버지가 농구를 하고 싶어 하는 그를 향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 아들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그에게 용기를 줬다. 간이 좋지 않은 아버지 대신 전기회사에서 검침 일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던 어머니의 모습도 잊을 수 없었다.  

 김준성은 "아버지가 편찮으시고, 어머니 혼자 직장에 다니시며 뒷바라지를 하셨다. 내가 다 컸는데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농구였다.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껴 다시 농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시 공을 잡은 김준성은 실업팀에서 농구를 하며 86㎏까지 불었던 체중을 72㎏까지 빼고 훈련에 매진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참가자로 서울 SK에 지명된 김준성이 문경은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10.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참가자로 서울 SK에 지명된 김준성이 문경은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10.18.  [email protected]

 문 감독이 김준성을 지명한 것도 그런 절실함을 엿봤기 때문이다.

 문 감독은 "백업 가드가 두 명 밖에 없어 김준성에 주목했다. 2014년 드래프트에 나왔을 때 슛이 안좋다고 했는데 실업팀 기록을 보니 경기당 20점 이상씩 넣었더라. 나도 슛을 쏴본 사람 중 한 명인데 2~3년 사이에 그렇게 좋아지기 힘들다. 그 선수의 노력이 보였다"며 "이정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절실함이라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김준성은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실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열심히 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물을 쏟아낸 것은 김준성 뿐이 아니었다.

 4라운드 1~9순위 지명권을 가진 구단이 모두 지명권을 포기해 이대로 신인 드래프트가 끝나나 싶었다.

 4라운드 10순위(전체 40순위) 지명권을 가진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벌떡 일어나 무대로 나온 후 명지대의 주긴완(26)을 호명했다. 유 감독의 호명에 따라 무대에 오른 주긴완은 펑펑 울었다.

 주긴완은 홍콩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국내 프로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로 귀화를 택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실패를 맛 본 주긴완은 두 번째 도전에서 천금같은 기회를 얻었다.

 눈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주긴완은 "저를 뽑아주신 유재학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주긴완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울먹였다.

 유 감독은 "그동안 지켜봤을 때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런 선수에게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해 4라운드에서 지명했다"고 주긴완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농구가 이전과 비교해 정말 많이 늘었다. 슛 거리도 길어졌다"며 "훈련을 시켜봐야 알겠지만 최대한 장점을 살리고 팀에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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