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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장 파업' 철도노조가 진짜 서두를 일은…

등록 2016.10.20 14:22:53수정 2016.12.28 17: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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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ontents)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달 27일 시작한 철도 파업이 20일로 24일째 이어지고 있다. 23일째이던 지난 19일에는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파업은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반발해 일으켰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펼치는 공공기관 개혁 정책의 핵심.

 현재 상당수 공공기관이 이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지난 5월30일 이사회를 열어 도입을 결정했다. 

 같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서울과 부산 지하철 노조가 같은 날 연대 파업에 나서 '교통대란' 우려가 컸으나 이들은 이미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달 10일 뒤늦게 파업을 시작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마저 19일 파업을 철회했다.

 결국 철도노조가 나 홀로 투쟁하는 모양새다.  철도노조는 왜 성과연봉제 도입을 극구 반대할까.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답변들은 이렇다.

 "성과연봉제는 말 안 듣는 사람 줄 세워 퇴출하는 데 악용되고, 동료와 경쟁을 유발해 직장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다. 수익 추구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해 공공성과 안전성을 해친다."(철도 노조)

 코레일 측 얘기는 다르다.

 "우리가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는 개인 평가가 아니라 사업소, 부서 등 동일한 소속 단위로 평가하도록 설계했다.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공표했고, 철도노조도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코레일 얘기대로라면 같은 소속의 구성원들은 같은 평가 결과를 받게된다. 쉽게 말해서 특정인을 지목해 쫓아낼 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사용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소속 사업소나 부서 동료끼리 경쟁이 아니라 합심·협력해야 한다.

 철도노조 주장과는 정반대 구조인 셈이다.

 철도노조가 부르짖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공공성과 안전성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공공 안전'을 책임진 기관사나 선로 유지 보수 담당자 개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소속 직원끼리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며 배려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공공성과 안전성 문제를 왜 걱정해야 하는지 되레 묻고 싶다.

 코레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인별 근무평가를 해 인사고과에 반영해왔다.

 철도노조가 직원들 개개인의 줄 세우기를 우려한다면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기존 근무평가제부터 반대해야 옳다.   

 한 철도노조 조합원은 기자에게 "철도노조는 노조 가입자의 95% 이상을 점유한 사실상 독점 노조다"며 "그러다 보니 자칫 '왕따'가 될까 두려워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인 줄 알면서도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간 목격한 사내 왕따 사례를 조목조목 적시하기도 했다.

 만일 그 제보대로 라면 철도노조는 지금 성과연봉제에 시비를 걸기보다 삐뚤어진 직장 문화부터 서둘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코레일이 개인이 아닌 소속을 평가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그런 왕따를 없애기 위해서였나'는 생각마저 들었다면 기자가 한참 앞서간 것일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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