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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진짜 무당, 가짜 무당

등록 2017.01.16 11: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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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십 수년 전 옛 직장 기자 선배가 무당으로 전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자와 무당, 두 직업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찌됐든 그 선배는 지방에서 꽤 유명한 무당이 됐다고 한다. 용하다는 소문이 나 점집은 문전성시였다고 한다. 단골손님 중에는 경기도의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이도 있다.

 YS가 야당하던 시절 상도동계 인사들에게 남산의 한 박수무당은 인기스타였다. 사람 보는 안목이 탁월해 대번에 대통령상을 알아봤다고 한다. YS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 무당은 반석 위에 올랐다. 무당의 이름이 새겨진 '금딱지 시계'까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태양계 밖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21세기에도 정치인들은 무당을 찾는다. 인간의 삶은 과학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꽉 들어차 있다. 신의 대리인을 통해 길흉화복을 점쳐보는 것은 불확실성에 떠는 나약한 인간의 근본적 한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의 이름에는 항상 '무당'이 따라붙는다.

 아버지 최태민씨의 복잡한 종교적 이력에 최순실씨가 박근혜 정권 국정 전반에 불가사의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더해지면서 반어적 의미의 '국민 무당'이 됐다. 무당이 나라를 망쳤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무당'으로 지칭되는 이와의 40년 친교로 벼랑 끝까지 몰린 것은 아이러니다.  

 무당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천시받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의 물결에 밀려 마을 초입마다 있던 성황당이 철거됐다. 수많은 무당들이 일자리를 잃고 마을을 떠났다. 미신 타파는 곧 산업화의 동의어였다. 

 대학 시절 은사께서는 무당의 종류를 진짜 무당과 가짜 무당, 두 부류로 나눴다.

 '진짜 무당'들은 어떨까.

 김금화 만신의 인생은 진짜 무당의 범주에 들만하다.

 열일곱 나이에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그녀는 '빨갱이'로 오인 받아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새마을운동의 구호에 떠밀려 멸시를 받으면서도 재물에 눈독을 들이지 않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아픔을 위로하며 국가의 안녕을 기도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나라만신 김금화를 은사께서는 진짜 무당으로 여겼다. 

 '가짜 무당'은 탐욕스럽다. 세상의 도리가 아닌 재물의 흐름을 따른다. 감언이설로 사람을 꾀어 잇속을 채우지만 신통력은 그만큼 바닥난다. 가짜 무당의 말로다.

 '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나라 안팎 정세가 모두 불확실해졌다.

 불확실성의 시대, 정안수 떠놓고 밤새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하는 어머니의 보름달 같은 마음을 가진 진짜 무당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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