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국정농단, 국정농락

등록 2017.01.16 11:58:44수정 2017.01.16 11:58: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출금**이인준 기자수첩용 사진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제 누가 우리 말을 믿겠어요."

 최근 복지부 공무원들과 만나 인사치레로 "요새 고생이 많으시겠다"고 위로하자 흘러나온 뜻밖의 답변.

 온갖 곳에서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공직 사회에 팽배한 '내가 이러려고 공무원을 했나'하는 자괴감은 둘째치고 앞으로 정부 정책을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서 막막함이 읽혔다.

 중앙정부 공무원들도 앞날이 혼란스러운데, 현장에 직접 취약계층과 만나고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어떨까 싶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국민.
 하지만 공무원들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특정인의 입맛대로, 그것도 국민의 선택을 받거나 공직사회에 몸 담지 않은 사람의 판단에 공무원은 하루 아침에 '나쁜 사람'으로 전락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데려다 공공기관장에 앉혀 놓고 전횡을 휘두르게 만드는 일이 믿을 수 없게도 많이 벌어졌다.

 사실상 대통령과 일부 비호세력이 이익을 독차지하는 국정 농단(壟斷)을 넘어, 공직사회 전반을 농락(籠絡)한 셈이다. 공직 신뢰도는 무너지고, 사회복지도 위기에 봉착했다.

 정책은 신뢰의 문제와 직결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과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도 체감할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국가가 모든 계층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펼쳤던 취약계층 발굴 노력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 이후 서민의 사회안전망과 밀접한 사회복지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존폐 위기마저 걱정해야 할 정도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메르스 이후 감염병 관리 후속대책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마침 보호무역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일부 업종은 생존 자체가 위기다. 사회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곧 겨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과 병행해 무너진 공직사회를 수습하는 것도 시급하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