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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민구 장관의 말바꾸기

등록 2017.01.12 11:11:17수정 2017.01.12 1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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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수첩용 사진**

**김태규 기자수첩용 사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많은 사람들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지지를 해야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그러니까 GSOMIA는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하신다 이런 뜻이죠"라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한 달만에 다른 말로 바뀌었다. 한 장관은 "국민적 동의는 1번이다는 식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발을 뺐다. GSOMIA를 놓고 반대 목소리가 늘어나자 자신이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던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달 만에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는 4년 간 멈췄던 일본과의 GSOMIA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27일 협정 재개를 선언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과장급이 참여하는 1~2차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14일 3차 협의 끝에 가서명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 '속전속결'이다.

 한일 양국의 GSOMIA는 이미 4년 전 이명박정부 때 체결하려했다가 좌초된 바 있다. 위안부 합의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때였다. 비공개 국무회의를 통해 안건을 상정했다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협정문 서명을 1시간 남겨두고 이를 전격 취소했다.

 그 뒤부터는 GSOMIA는 외교 안보계에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때문에 한국은 그동안 협정이 아닌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맺어 미국을 거쳐 일본의 정보자산을 공유해야 했다.

 이처럼 금기시 되던 단어가 다시금 회자 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시점이었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한 언론이 '최순실 파일'을 보도한 뒤 정확히 사흘만인 지난달 27일 4년 간 미뤄뒀던 한일 GSOMIA 논의 재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아무래도 국방부 입장에서는 지금이 GSOMIA 체결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한 듯 하다. 때문에 한 장관이 한달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협정 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SOMIA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야당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는 있다. 때문에 국방부가 차근차근 설명과 설득 작업에 나선다면 국민이나 야당이 큰 틀의 동의를 하지 않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장관이 자신의 발언을 뒤엎으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혹시 정부가 뭘 감추는 것이 있나' 하는 의문마저 들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로 워낙 정부 신뢰도가 바닥인만큼 이같은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국민에게 보다 진솔한 자세로 설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장관이 언급했던 한달 전 약속만 지키면 문제될 것도, 의심 받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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