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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트럼프 쇼크에…'지켜보자'는 산업부

등록 2016.11.29 16:56:08수정 2016.12.28 17: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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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지난 9일 오후 경제부처는 말 그대로 '비상'이었다. 강력한 보호주의를 공언했던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에 대한 무차별 통상압력 공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의 이날 당선은 서프라이즈 그 자체였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선거 막판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보듯 여론조사만으론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데다, 막판까지 박빙의 접전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집권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고, 당선 20일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한미 FTA로 적자만 늘었다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공언했을 때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FTA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주 장관은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FTA에 대한 오해를 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제기된 방미 계획은 아직도 성사되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의 무사안일한 모습은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정부가 낸 자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모니터링'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탈퇴를 공식화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입장은 '지켜보자' 였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대선과정에서 공약이 신정부 출범 이후 의회 구성, 업계 요구 등에 따라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변화될 수 있다"며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트럼프 당선 일주일 만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TPP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지켜보자는 우리와 다르게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난리통인 나라와 멀쩡한 일본을 비교하는 게 모순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정책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일 수 있다.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고, 국정마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처만,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부만 중뿔나게 잘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켜보자는 말만 하기에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밥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어제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6%로 낮추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과 함께 "글로벌 교역 회복 지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이같은 불확실성 최소화에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국정이 마비됐다고 다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정치적 상황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제부처만이라도 정신 차라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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