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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1월27, 28, 29일'… 그리고 대통령

등록 2016.12.01 17:16:26수정 2016.12.28 1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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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현 시국에 스케이트장을 그곳(서울광장)에 만드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빨리 안 내려 오니까 애들이 피해를 본다."  

 뉴시스가 지난달 27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개장 취소 또는 제3의 장소 이전 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한 진척 상황을 담고 있다. 반응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우한 촛불집회를 위해 개장 취소로 인한 피해는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서울시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운영 주체인 서울시체육회 측은 취재 과정에서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러워했다. 말 그대로 토씨 하나에도 오해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시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당초 예정대로 운영한다고 하면...  '촛불민심'과 '시민안전'을 위해 개장을 취소한다고 하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어느 한쪽으로부터는 싫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의 눈길을 확 잡아당겼던 순간.  

 '서울광장 활용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민간 대행업체와 사전 협의를 했나요. 손실 보전 계획은 수립됐습니까.'  "시대가 어느 땐데 민간을 배제하고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보전해줘야 하지요."

 당연한 대응인데도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서울시는 취재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올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휴장을 공식 발표했다. 촛불민심과 시민안전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담당과장은 "올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열지 못해 어린이와 청소년, 소외계층에 죄송하다"며 사과도 했다. 그는 민간 대행업체의 손실 보전도 약속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휴장을 공식 발표한 하루 뒤인 29일.

 박근혜 대통령도 제3차 대국민 담화를 했다.

 "제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 사죄드린다. 실수가 있었지만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임기단축 등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휴장의 원인제공자여서 오버랩이 되나.  박 대통령에게 '국정혼란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의 손실을 보전할 대책을 수립하라'는 요구가 입안에 맴돈다.

 "시대가 어떤데… 마땅히 보전해줘야죠."  갑자기 환청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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