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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 대부' 키신저가 중국에 간 까닭은?…"트럼프 메신저" 가능성

등록 2016.12.03 11:05:55수정 2016.12.28 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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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미국 외교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93) 전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앞서 왕 서기가 키신저를 다정하게 안내하고 있다. 2016.12.02

【베이징=신화/뉴시스】미국 외교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93) 전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앞서 왕 서기가 키신저를 다정하게 안내하고 있다. 2016.12.0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 외교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다시 외교무대에 등장했다. 키신저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환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3세의 고령인 그가 중국으로 날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4일(현지시간) 키신저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에 따른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 방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어온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외교 관계에  난기류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키신저가 트럼프 정부 출범에 앞서 양국 간 외교관계를 원만하게 사전 조율하기 위한 메신저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은 제로섬 사고를 버려야 한다. 충돌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공영하는 새로운 대국관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고위층 각 영역의 밀접한 왕래를 계속해 경제·무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중요한 국제·지역 문제에서도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의 오랜 친구로 시 주석과 만나 감사하다. 차기 미국 정부도 미·중 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키신저와의 면담 후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지금은 변환의 시기”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및 외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버드대학 교수 출신인 키신저는 대통령보좌관 겸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 국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보좌관 겸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 시절인 1971년 7월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중국과 외교의 길을 열었다. 이어 국무장관에 취임한 그는 1972년 중동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1973년 1월에는 북베트남과 접촉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세계평화를 위한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키신저는 이번 중국 방문 전인 지난 달 17일 트럼프를 만났다. 키신저는 이때 미·중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자문을 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이번 중국 방문 길에 트럼프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키신저는 최근 CNN방송의 파리드 자카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굳이 대선과정의 공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취했던 포지션에 그를 못 박아 놓을 필요는 없다. 트럼프 역시 이를 고집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키신저는 트럼프는 자신의 일생에서 만난 “가장 독특한(most unique)” 대통령 당선인 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는 어떤 특정 그룹에도 빚을 지지 않고 자신의 전략만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키신저의 중국 방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외교 관측통들은 키신저가 중국 지도자들에게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북경외국어대학의 장즈줘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했던 발언들 때문에 사람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직 경험이 없다. 그런 그가 어떻게 중국-미국 관계를 다룰 지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키신저는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트럼프를 바탕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키신저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간 협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가 서로 간 윈-윈을 얻는 길이라는 점에 동의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외교학원(China Foreign Affairs University)의 수 하오 교수는 “키신저는 중국 지도자들과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중국과의 ‘옵션 교환(exchange opinions)’을 하는 데 키신저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수롱 칭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키신저는 미국으로 돌아가서 트럼프 혹은 그의 측근들에게 중국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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