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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늘어나는 생계형 경범죄

등록 2017.01.22 08:43:15수정 2017.01.22 16: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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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2월16일 오전 9시께 전북 김제시 한 마트에서 조미료를 훔치는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갈무리. 2017.01.16.

충북 지난해 절도 중 30% 피해액 10만 원 이하
 경찰 '경미 범죄 심사위' 통해 '전과자'에서 구제

【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성탄절을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4시 10분께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마트의 외부 천막을 걷고 냉동고에 보관 중인 냉동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훔쳤다.

 마트 주인이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A씨는 같은 달 27일 오전 1시 41분께 또다시 냉동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훔치다 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A씨가 배고픔에 지친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이곳에서 훔친 물건은 냉동 피자 7개와 아이스크림 4개로 5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3시 48분께는 청주시 흥덕구 한 마트 앞에서 빵을 싣고 온 배달차가 빵을 분류하는 사이 B씨가 플라스틱 상자 안에서 빵 3~4개를 훔치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있던 B씨는 눈 앞에 펼쳐진 먹음직스러운 빵에 순간 이성을 잃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B씨의 주머니에는 단돈 1000원이 없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생계형 경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5489건의 절도사건 중 424건은 피해 금액이 1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401건은 피해 금액인 10만원 이하였으며, 미수에 그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300여 건에 달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절도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끌려오는 21세기형 '한국판 장발장'인 셈이다. 

 경찰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경미 범죄심사위원회를 1급지 경찰서에 운영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충북지방경찰청 산하 청주 흥덕·상당·청원경찰서가 지난 한 해 동안 이 위원회를 통해 59명을 심사한 뒤 44명(74.6%)에 대해 형사입건의 경우 즉결심판으로 즉결심판은 훈방으로 감경 처분했다.

  하마터면 평생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힘든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던 이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준 것이다.  

 즉결심판(2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사건)이나 훈방 조치가 되면 범죄경력(전과)이 남지 않는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미 범죄심사위원회는 단순 절도나 무전취식 등 경범죄 사범을 심사한 뒤 사유에 따라 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순간적인 실수로 죄를 지었을 때 강력한 처벌 대신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미 범죄심사위원회는 무분별한 전과자 양성을 억제하고 범법자를 계도하기 위해 2015년 3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시범 운영하다 지난해 전국 1급지 경찰서에 도입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전과가 없는 범법자들을 대상으로 처벌 감경 여부를 심의해 '현대판 장발장 구하기'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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