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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블랙박스·스피드게이트'…'직원 안전' vs '노조 감시'

등록 2017.01.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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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회사 보안 장비 설치 두고 '노·사' 갈등
 현대중 '보안용 스피드게이트' 설치 시각차
 우정사업본부 GPS내재 블랙박스 감시용 논란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최근 기업들이 근로자 안전과 회사 보안을 명분으로 스피드게이트, GPS 등의 장비를 활용하면서 노동계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얼마전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내  특수선사업부에 보안을 이유로 스피드게이트 설치를 강행해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회사측은 군함을 건조중인 특수선사업부의 보안을 강화해달라는 군당국의 요청으로 보안용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한 것일 뿐 직원 감시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특수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쳐 출입증을 발급했고 출입증도 다른 사업부와 달리 식별이 가능토록 빨간색 두줄로 표시돼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다른 조선업체에서도 군함 등 특수선을 건조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출입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별도로 다른 명찰이나 출입증 색깔로 식별할 뿐이라는 것이다.

 노조측은 스피드게이트의 설치 목적은 정확한 인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반 조합원과 달리 임원차량은 별도의 확인없이 통과시키고 일부 직원은 타인의 출입증에 본인의 사진을 붙여 출입하는 등 허수 인원을 막는데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출근 시간을 제외한 일과 시간중에는 특수선사업부의 출입 인원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안을 이유로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했다는 회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했다.

 이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노조에 대한 '사찰' 목적이 더 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노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특수선사업부에서 사측을 비판하는 노조집회가 몇 차례 열리자 회사측이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을 우회적으로 확인하려는 의도로 노조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 간부는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출입증을 인식하면 출입 날짜와 시간이 전자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을 가려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집회에 참가하려해도 회사에서 감시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노조원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결국 회사의 스피드게이트 설치는 수주와 보안을 핑계 삼아 인원 통제의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군사보안을 이유로 설치하고 나중에는 산업보안을 핑계로 공장 전체에 설치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노조 대의원 선거때 S등급에서 A·B·C·D등급으로 대의원 성향을 분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친회사 인사는 S등급, 강성 인사는 D등급으로 매겨 조합원 사이에서 노조사찰과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사측이 매번 대의원 선거때마다 이런 식으로 개입했다"며 "노조 간부뿐만 아니라 전 부서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향을 매겼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집배원 사이에서 블랙박스와 GPS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한달전 일부 집배원의 이륜차에 GPS 기능이 내장된 블랙박스를 시범설치했다.

 GPS를 활용하면 운행기록이 자동생성되기 때문에 집배원들이 매일 작성하는 운행일지관련 업무가 경감된다는게 설치 이유다. 블랙박스는 우편물 배달업무중 만일의 사고 발생시 정확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선 이륜차 700대에 시범 보급하고 올 연말까지 전체 집배이륜차의 약 20%인 2800여대에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노조측은 GPS나 블랙박스를 노무감시에 악용하는건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운행관리, 운행이력 등의 기록을 관리자가 전용서버로 확인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집배원들도 적지 않다.

 논란이 일자 우정사업본부측은 일단 GPS의 기능은 쓰지 않기로 했지만 집배원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측은 블랙박스가 설치된 사이드미러의 흔들림으로 집배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블랙박스도 설치계획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블랙박스가 이륜차 제작단계에서부터 탑재된게 아니라 별도로 사이드미러에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중 탈착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집배원은 운행중 블랙박스가 떨어져 파손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우정사업본부는 올 한해 1년간 시범운영후 검토 결과를 토대로 전체 집배원에게 보급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국집배노조 관계자는 "블랙박스 설치를 찬성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우정사업본부측이 지난해 12월 남은 예산을 다 쓰려다보니 설치를 급하게 추진하면서 노조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엄밀히 따지면 사이드미러에 블랙박스를 부착하는 것도 불법개조로 볼 수 있고 사고 위험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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