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 슈텐츠, 희망찬 올해 시즌 예고편
【서울=뉴시스】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취임연주회(사진=서울시향)
본래 생기로움이 넘치는 스케르초 악장인데, 이날 처음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로 나선 마르쿠스 슈텐츠는 익살스럽지만 품위가 깃든 해석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자칫 긴박해질 수 있는 악장이지만, 차분했고 안정적이었다. 서울시향의 강점이었으나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임 이후 일부에서 흐트러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냈던 현악 파트는 이를 불식시키듯 세련되게 정돈됐다.
2악장이 1악장의 부산스럽지 않은 격렬함과 애환의 깊이가 느껴지는 3악장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4악장이 제 책임을 다했다.
슈만이 남긴 총 네 편의 교향곡 중 2번은 특별하다. 다른 세 곡이 그의 찬란한 시기에 탄생했지만 2번은 반쯤 병들어 있는 상황에서 작곡한 암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희망을 노래하고자 하는 의지가 묻어난다. 4악장이 이를 대변하는데, 멜로디와 리듬의 힘찬 행군은 질주의 쾌감마저 선사한다.
【서울=뉴시스】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취임연주회(사진=서울시향)
누군가 이 곡을 어둠에 대한 베토벤적인 승리로 해석했는데 슈텐츠와 서울시향의 이날 연주는 순간 베토벤의 얼굴을 마주하게 하며, 새로운 희망이자 시작의 선율을 들려줬다.
자연스럽게 서울시향의 지난함을 떨쳐내고 새로운 객원 수석지휘자들(또 다른 수석객원지휘자는 티에리 피셔) 등과 함께 새 행보를 힘차게 시작하는 올해 시즌의 예고편인 셈이다.
4악장의 마지막에서 팀파니의 강렬한 연타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서정성이 짙은 서울시향과 독일의 짙은 낭만주의 차진 호흡의 방점이기도 했다.
2015년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여 호평받았던 슈텐츠는 이 오케스트라와 자신과의 궁합이 잘 들어맞음을 이날 증명했다. 앞선 연습에서 지휘에 열정적으로 몰입한 탓에 지휘봉을 세 조각으로 부러뜨리기도 했던 그다.
【서울=뉴시스】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 취임연주회(사진=서울시향)
한편, 1부에서도 슈텐츠와 서울시향은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다. 100년 만에 발견된 곡으로 이날 서울시향이 아시아 초연한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는 12분짜리 관현악 단품이지만, 어둡고 스산하며 때로는 율동적고 장엄함을 보이는 등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고 있어 슈텐츠가 서울시향의 성숙함과 기량을 끌어내기에 알맞은 곡이었다.
서울시향이 주문한 지 6년 만에 들어왔다는 독일 헤켈사(社)의 콘트라 바순에 귀를 쫑긋 세운 청중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서울시향은 또 약 30년 만에 내한한 헝가리의 피아노 거장 데죄 란키가 예상보다 활기차게 들려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의 호흡을 잘 좇았다.
21일 오후 8시에 역시 롯데콘서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한 차례 더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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