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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취임사는 기득권세력에 대한 선전포고"

등록 2017.01.21 19:16:32수정 2017.01.21 1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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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제45대 대통령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를 맞아주고 있다. 2017.01.20

【워싱턴=AP/뉴시스】2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제45대 대통령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를 맞아주고 있다. 2017.01.20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너무나 오랫동안 워싱턴의 소수 그룹이 정부의 보상을 거두어 갔다. 국민들은 그 비용을 떠안았을 뿐이다."

 ‘아웃사이더’이자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사는 그의 기존 스타일대로 직선적이고, 선동적인 포퓰리스트의 분위기를 띤 것이었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답게 미국의 정치 기득권 세력을 통렬하게 공박하면서 이제까지 미국의 과거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취임사는 미국의 과거와 날카롭게 단절하는 내용이라면서 공화당과도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WP는 과거 200여 년 미국 역사상, 취임 첫날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사를 통해 연속성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과거와의 날카로운 단절을 강조했다.

 ‘로널드 레이건’ 평전의 저자이자 공화당 정치 컨설턴트인 크레이그 셜리(Craig Shirley)는 “이것이 원래 트럼프의 온전한 모습이다. 워싱턴의 정치 기득권 세력과 오바마 대통령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단합(togetherness)을 호소한 트럼프의 요청은 의례적으로 던지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피즘(Trumpism)이었다. 비즈니스맨의 연설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사회의 문제점을 먼저 열거한 뒤 해법을 제시했다면서 아주 “효율적(utilitarian)”인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과정은 물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잇단 막말과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자신의 언행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트럼프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대통령답게(presidential)”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곳곳에서 일어난 반대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고 경찰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2017.01.2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곳곳에서 일어난 반대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고 경찰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2017.01.21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 연설 모습은 그가 앞으로도 대선 캠페인 때 보였던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의례적인 의전이나 권력 채널을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풀이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사 서두에서 자신의 전임자들에게 짧은 인사를 전한 뒤 기득권 세력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나라 수도의 소수 그룹이 정부의 보상을 거두어 갔다. 국민들은 그 비용을 떠안았을 뿐이다. 워싱턴은 번창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부를 나누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일자리는 떠났다. 공장은 문을 닫았다. 소수 기득권세력의 승리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들의 전리품은 여러분들의 전리품이 아니었다. 그들이 수도에서 축하를 하는 동안 이 나라 곳곳에서 고통 받는 가족들이 축하를 할 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기득권 세력들을 앞에 앉혀 놓고 정면으로 각을 세운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정치학자인 엘빈 림은 “트럼프의 연설은 (취임사라기보다) 대선 캠페인 연설처럼 들렸다. 과거 대통령들의 취임 전통과는 큰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과거 대통령들은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까지의 모든 것과 날카로운 단절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연설 작성에 참여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의 연설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색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곳곳에 반대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날 취임식장인근 보안검색대 인근에서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01.2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곳곳에 반대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날 취임식장인근 보안검색대 인근에서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01.21

 실제로 트럼프의 취임사는 포퓰리스트의 짧고 선동적인 문구들로 채워져 있다. 트럼프는 “모든 변화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 시작된다. 이 순간은 여러분의 것이다. 오늘은 여러분의 날이다. 이것은 여러분의 잔치다. 미합중국은 여러분의 나라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을 19세기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를 했던 앤드류 잭슨 대통령에 비유했다. 배넌은 앤드류 잭슨 이래로 이번 트럼프와 같은 연설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의 연설은 잭슨 스타일과 많이 닮았다. 거기에는 애국주의라는 깊은 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WP는 그러나 공직 경험은 물론 군 복무조차 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개성과 거칠고 튀는 언어들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WP는 과거 역대 어느 미국대통령의 취임사에서도 자신의 조국을 “살육(carnage)”이나 “고갈(depletion)”, “절망(disrepair)”, “슬픈(sad)” 등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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