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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정우성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

등록 2017.01.22 09:00:00수정 2017.01.24 21: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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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더 킹'에서 한강식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2017.1.22(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상식과 정의, 정당함에 대한 요구를 하는데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지도층이 오히려 잘못된 것 아닌가요. 당연한 건데도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니까 불합리한 거죠."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된 정우성은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대단한 정치적 이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의 발언을 하는데도 이를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치부하는 이 사회가 비뚤어져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우성은 다소 민감한 이슈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놨다.

 그 자신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왜 올라갔는지"라고 답했다. 다만 세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호인'에 그가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배우로서 사회에 대한 참여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파급효과나 영향력이란 걸 자연스럽게 지니게 된다"며 "이 때문에 말을 더 조심해야 하지만, 상식선에서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관점의 제시는 조심스럽게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영화 '더 킹'에서 한강식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2017.1.22(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이런 차원에서 이번에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맡은 정치검사 한강식 역할에도 그의 소신이 녹아들었다. "사실 시나리오의 첫 (한강식의)일장연설을 보면서 한강식을 무너뜨려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내가 느끼는 비웃음을 관객들에게서도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검사들의 비뚤어진 권력욕을 그린 '더 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작품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 출연을 결정한 것은 시국이 이렇게 되기 전이었다. 정우성은 "'더 킹'도 선택 당시에는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라고 돌이켰다.

 "타이밍이란 것은 선택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죠. 사실 촬영 후반부에 홍만표, 진경준 이런 스타들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한강식을 이런 인물에 기대면서 볼 수 있겠구나 했는데, 시국이 또 다르게 흘러갔어요."

 하지만 '더 킹'은 꼭 이번 시국이 아니더라도 권력조직에 있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은 영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영화 '더 킹'에서 한강식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2017.1.22(사진=NEW 제공)  photo@newsis.com

 이 같은 정우성의 역할론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정치적인 함의를 담은 역할 등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3∼24년 경력의 선배가 됐고 사회에서는 기성세대가 돼가고 있죠. 그러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과 어린 세대들에게 무엇을 얘기할 수 있는 선배, 기성세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끔, 영화배우이니까 영화를 통해서 그런 문제의식을 제시할 수 있겠죠."

 본업인 배우 외에도 연예기획사 대표와 영화감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정우성은 조만간 감독으로서 직접 작품을 연출할 계획이다. 두어 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곧 하고 싶고, 더 미루면 몇 년 있다 후회하게 될 것 같아 후회하진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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