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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복덕방 변호사' 트러스트 부동산 통해 집 구해 보니…

등록 2017.01.23 06:51:49수정 2017.01.23 09: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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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부동산은 홈페이지에 일부 매물의 내부 구조를 3D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상하좌우로 모두 살필 수 있다. 자료는 홈페이지 화면 캡처.

트러스트 부동산은 홈페이지에 일부 매물의 내부 구조를 3D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상하좌우로 모두 살필 수 있다. 자료는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고가인 집을 거래해본 사림이라면 누구나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전 재산과도 같은 데다 다양한 변수를 예측하지 못하면 큰돈을 떼일 수도 있어서다.

 지난 2015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부동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중개 업무는 물론 저렴한 수수료로 법률 자문까지 해준다는 '트러스트 부동산'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는 위법"이라며 공인중개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해 7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트러스트 부동산 공승배 대표는 같은 해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을 앞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직 이를 이용하기 불안하다는 소비자도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부터 법만 아는 변호사가 집은 잘 구해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시선도 상존한다.

 이에 기자가 직접 트러스트 부동산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기존 공인중개사와의 차별점부터 소비자 관점에서 장·단점은 무엇인지까지 낱낱이 분석해봤다.

 ◇집 둘러보고 계약하기까지…중개사와 뭣이 다른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는 사촌 언니를 대신해 지난 11일 기자가 직접 집을 찾아봤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왼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왼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email protected]

 우선 트러스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일대 매물을 살폈다. 강남구 도곡동을 검색하자 아파트와 빌라 수십 개가 나왔다. 각각 클릭하며 내부 평면도와 위치 정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 등을 꼼꼼히 비교했다. 일부 매물은 트러스트에서 제공하는 3D 동영상으로도 확인했다.

 그중 복층으로 구성돼 두 가족이 살기에 넉넉해 보이는 매물을 골랐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홈페이지에 나온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이는 자신을 트러스트 로펌 소속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그와 집을 보러 갈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다음날 오후 첫째 매물 인근에서 변호사를 만났다. 집을 보기에 앞서 그는 내게 '권리분석 보고서'라 쓰인 두툼한 서류를 건넸다. 여기엔 트러스트 변호사가 분석한 해당 매물의 법률적 위험 요소와 주의점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매우 안전'부터 '매우 위험'까지 총 5단계로 구분한 별점 평가가 인상 깊었다. 이 문서는 매물별 맞춤형으로 제작되며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매물마다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그는 등기부 등본과 이 보고서를 토대로 매물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 매물은 권리관계가 다소 복잡했다. 지분 일부에 대해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채권자들의 근저당권만 3건, 전세권에 설정된 가압류도 있었다. 세금체납으로 인한 추가 압류까지 각종 제한이 걸려있는 상태였다. 이런 점들로 트러스트는 이 매물을 '다소 위험'이라 평가했다.

 우려하는 내게 변호사는 "'다소 위험'하다는 것은 '계약하면 위험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이같은 위험 요소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요소를 넣어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우리가 매도인과 채권자 사이 변제 문제를 해결하고 2순위 전세권 설정등기 관련 변제 공탁도 직접 진행하는 등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  

 이어 "공인중개사들은 사후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보상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계약하기 전부터 이미 계약 시 발생할 모든 법률적 가능성을 따져 하자가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한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가 안심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이 기자가 보고있는것은 매물에 대한 권리분석 보고서다. 트러스트부동산은 권리분석 보고서를 한시적 무료 제공한다고 전했다. 2017.01.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이 기자가 보고있는것은 매물에 대한 권리분석 보고서다. 트러스트부동산은 권리분석 보고서를 한시적 무료 제공한다고 전했다. 2017.01.13.  [email protected]

 ◇수수료 최대 99만원…고가주택일수록 이득

 둘째 매물을 보기 위해 변호사의 차를 타고 광진구 자양동 '더샵 스타시티'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 그는 단지 내부에 정원이 잘 갖춰져 산책하기 좋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여주며 건대입구역에서 가깝다는 점, 인근에 백화점, 마트, 극장, 종합병원 등 편의시설이 있어 편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집에서는 화장실 물을 내려보며 수압을 함께 체크했고, 볕이 잘 드는지 층간소음은 심하진 않은지도 확인해줬다.

 집주인이 집을 깨끗하게 관리해 눈에 띄는 하자는 없어 보였다. 특히 이 매물은 트러스트 권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매우 안전'한 아파트다. 굳이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등기부 등본도 깨끗했다.

 다만 '고급형'으로 나온 주택이어서 가격이 비쌌다. 면적 251㎡(약 76평)로 매매가 20억원에 달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왼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왼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email protected]

 만약 이를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입한다면 어떨까. 수수료로 최대 1980만원을 내야 한다. 물론 이는 상한선이어서 실제로 이를 다 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적어도 수백만원이 들 것이다.

 하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을 이용하면 매매가 2억5000만원 이상이므로 수수료 99만원만 내면 된다. 2억5000만원 미만 매매의 경우 수수료는 45만원이다. 고정 수수료다. 임대는 3억원 이상일 때 99만원, 미만일 때 45만원으로 수수료가 책정됐다.

 시간당 상담료를 지급해야 하는 일반적인 변호사 상담과 달리 거래가 성사됐을 때만 이를 내면 된다. 계약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함께 집을 보더라도 수수료는 들지 않는다.

 집주인은 "처음 이 집을 살 때 우리와 매도자 합쳐 복비로 1000만원 넘게 지출했다. 그런데 트러스트를 거치면 수수료가 99만원이어서 우리나 매수자나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수수료는 거래 가격이 커질수록 그 값도 오른다. 그렇기에 트러스트 부동산을 이용하면 고가 주택일수록 수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시세 차익'이나 '투자성' 자문은 어려워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오른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본사 이승주(오른쪽) 기자가 11일 트러스트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를 찾아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2017.01.13.  [email protected]

 그러나 저렴한 임대차 계약에서는 이런 '수수료 이점'을 살리기 어렵다. 1억원대 임대차 계약에선 오히려 트러스트 수수료가 더 비쌀 수 있는 탓이다.  

 또한 소수의 변호사가 서울과 수도권 전체 매물을 맡다 보니 그 지역에 오랜 기간 터 잡고 일해온 중개업자보다는 부동산 자문 면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이 일대에 어떤 개발 호재가 있을지, 그래서 이 아파트가 향후 얼마나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 언제쯤 팔면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지 등의 자문은 지역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공인중개사와 비교해 밀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법률 자문이 전문이다 보니 자산을 증식하기 위한 '재테크성 상담'을 받기도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합한 매물을 찾아주는 부분에서도 공인중개사에게 밀릴 수 있다. 물론 트러스트 홈페이지에 '구해주세요'란 코너가 있어 원하는 가격대와 지역, 특징 등을 적으면 적당한 매물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골목골목까지 지역 매물을 꿰뚫고 있는 공인중개사보다 섬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본적으로 법률 자문을 주로 하다 보니 변호사에게 가격 흥정까지 적극적으로 해주길 기대하긴 어렵다. 집주인과 충분히 대면할 기회가 많으니 법률적인 부분은 트러스트에 맡기고 흥정은 본인이 나서는 것이 좋을 듯싶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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