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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되면 내가 책임진다"…검사 '막말' 여전

등록 2017.01.24 14: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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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수사 검사 막말·고압적 태도 여전
 변호인 무시하는 검사 사례 다수
 친절·배려 검사,우수 사례 다수 선정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A 수사검사는 참고인 신분이던 임신부가 검찰 조사가 어렵다고 하자 "당장 출석하라고 하라, 유산되면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회유와 협박을 반복했다.

 B 수사검사는 고소인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먼저 퇴근해 검찰수사관 혼자서만 수사를 하도록 했다. C 공판검사는 변호인 증인신문 중 대놓고 잠을 자거나 상대방 신문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과 한숨을 쉬는 듯한 행동을 반복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24일 공개한 검사평가 내용에 따르면, 현직 검사들 중 일부가 여전히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검사는 공갈 사건 피의자에게 "당신은 친딸을 성폭행 한 사람 다음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등(피의자 전언) 막말을 했다. 해당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하지 않는다고 변호인에게 알린 뒤 주요 피의자신문을 진행했다.

 또 다른 검사는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자마자 일요일 저녁 구치소에서 불러내 자백을 강요했다. 이 검사는 "회사가 선임해 준 변호사는 당신을 변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러 온 것"이라고 회유,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자백 조서를 받아냈다.

 무죄를 다투는 피의자에게 구속영장 청구를 거론하며 자백을 강요한 검사도 있었다. 해당 검사는 높은 위치에 있는 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피고인에게 압박을 가해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고소인 및 피고소인에 대한 단 1회의 소환조사도 없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거나, 고소장 접수 후 약 3개월 후 전화 통화로 "사건을 검토하지는 않았는데 고소를 취하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한 검사도 있었다.

 또 여성 고소인에게 "이렇게 고생하는데 케이크라도 갖고 와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거나,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16시간을 조사하고 단 몇 장의 조서를 작성하는 검사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참고인의 주소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검사와 수사관이 참고인의 차량에 동승하는 경우, "자백하세요, 당신의 눈이 흔들려요, 당신은 범인이 맞아요"라고 말한 검사도 있었다.

 그간 이 같은 검사들을 상대해 온 변호사들은 친절한 검사들을 우수 사례로 다수 거론했다.

 한 변호사는 "보통 피의자신문 때 검사들은 고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편인데, 해당 검사는 피의자가 위축되지 않게 편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우수 검사를 거론했다.

 피의자가 사실상 자수하고 범죄를 자백한 사건이었지만, 검사가 수사 이외의 피의자에 대한 평가까지 면밀히 조사해 조사 및 양형에 반영한 사례도 칭찬 받았다. 해당 피의자는 항소심에서 석방된 뒤 검사를 직접 찾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검사의 친절함과 겸손한 자세가 피조사자의 결과 승복을 이끈 사례도 있다. 피해자의 뜻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항고 여부에 관해 피해자와 상담하는 자리에서 변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결과에 승복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소한 검사 등이 우수 사례로 거론됐다.  

 변협은 "이번 검사평가에서도 잘못된 수사관행이 시정되거나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도 "2015년 검사평가에서 검사가 책을 책상에 내려치거나 연필을 책상에 던지는 등 강압수사가 많았던 반면, 2016년 검사평가에서는 이런 강압수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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