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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중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일상속으로!] 블록체인, 거대한 '권력이동' 촉발…"새 이데올로기 등장할 것"

등록 2017.02.02 08:49:18수정 2017.02.02 09: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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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는 12월 8, 9일 킨텍스에서 아시아 최대의 블록체인 컨퍼런스 인사이드 핀테크 컨퍼런스 & 엑스포(이하, 인사이드 핀테크)가 개최 된다. 톰슨 로이터, R3 CEV 등 글로벌 금융기관은 물론 하나금융그룹, 한화생명 등 국내외 핀테크 산업 리더들이 주요 핀테크 및 블록체인 산업 현안에 대해 발표를 진행 한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대회 행사장 전경 모습. 2016.11.22. (사진=킨텍스 제공)  photo@newsis.com

블록체인, 기성 권력→분산, 금융 및 산업 전반에 심대한 '힘의 변화' 불러와
 전문가들, "1990년대 인터넷 일반 보급 이후 변화보다 더 큰 변화 야기할 것"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1. 2025년, 선거 때마다 특정 기관의 선거개입설과 일부 세력의 부정투표 의혹이 불거지자 A국 정부는 국민투표를 블록체인 기술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투표 절차는 간단했다. 블록체인 방식이 적용된 모바일이나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컴퓨터로 유권자가 본인 인증을 한 뒤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투표에 대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됐다. 검표 상황도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돼 중복투표 등 부정투표 의혹은 말끔히 사라졌다.

 직접 투표소를 방문해 기다릴 필요도 없어 선거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도 줄었다. 개표까지 걸리는 시간도 확 짧아졌다.

 투표함을 도난당하거나 해킹으로 결과가 뒤바뀌는 문제도 해결됐다. 그 만큼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선거를 관리하는 정부 관련 기관의 역할은 축소됐고, 투표 방식의 변화와 함께 고대 그리스식의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 등 새로운 정치 이데올로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2. 2035년, 블록체인 기술이 글로벌 차원에서 보편화하면서 수많은 형태의 가상통화 생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사용량이 일반 화폐를 앞질렀다.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는 일반 화폐와 달리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생산 및 유통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공정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결국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의 사용량은 미국의 달러나, 중국의 위안 등 세계 기축 통화보다 더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디지털 화폐이다 보니 분실하거나 도난 걱정은 사라졌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송금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통제할 필요도 없어졌고, 인해 기존 화폐와 정부의 힘은 붕괴됐으며, 중앙은행의 존재도 무색해졌다.

 경제 정보 역시 중앙은행이나 국가의 전유물에서 만인의 것으로 전환되면서 다른 형태의 경제 생태계가 조성됐다.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분권적 형태로 거대한 '권력이동'이 일어나면서 300년 자본주의 역사는 또 한번 심대한 변화의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블록체인이 정착될 경우 지금으로부터 10년, 혹은 20년 후의 미래 모습을 가상해 본 사례들이다. 말 그대로 가상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이런 일들이 앞으로 눈 앞에 펼쳐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블록체인이 활성화할 경우 한쪽에 집결돼 있던 정보와 시스템을 모두가 나눠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의 분산과 함께 권력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산되면 결국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종환 블록코 부대표는 "블록체인은 정치시스템은 물론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라며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쪽에 대한 선량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또 다른 세상이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이승명 스트리미 이사는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블록체인은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보다 더 크게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의 거래내용을 블록으로 형성해 연결된 형태를 뜻한다. 거래 내용이 블록으로 분산돼 개인 네트워크에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쉽게 모든 거래자의 거래장부를 모두 공유하고 대조할 수 있는 보안기술로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금융은 은행이나 정부 등 거대 중개자에게 완전하게 의지하는 형태를 띤다. 거대 중개자는 모든 상거래의 사업과 거래방식을 보장하며 진위를 판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이 거대 중개자를 믿고 거래한다. 거대 중개자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거래가 발생한다. 이러다보니 거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거대 중개자에게 몰려있다.

 거대 중개자가 해킹에 당하게 되면 거래자의 모든 정보가 노출된다. 심지어 모든 재산이 증발할 수도 있다. 때문에 거대 중개자는 이를 더욱 깊숙한 곳에 감추고 감춰 혼자 관리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준다.

 블록체인은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기 때문에 거대 중개자의 개입이 필요없다.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증명된다.

 모두가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정보가 한 쪽으로 쏠리는 일도 막아준다. 계좌 등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모든 블록을 해킹해야하기 때문에 해킹 등 범죄로부터도 자유롭다.

 박은수 산업은행 선임연구원은 "블록체인은 금융거래는 물론 소유권 입증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며 "토지대장이나 명품, 보석 등 소유권 기록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현재

 블록체인은 이미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독재체제가 이어졌던 온두라스에서는 토지대장 관리를 위해 국민들이 가진 땅을 블록체인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토지에 대한 서류를 위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억울하게 땅을 뺏기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추진된 정책이다. 블록체인에 토지가 등록될 경우 소유권을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저작권을 블록체인에 등록해 거래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영국 뮤지션 이모젠 힙은 자신이 만든 음악을 블록체인에 등록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플렛폼에서 자신을 스스로 마케팅한다.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원작자의 권리는 보호되고 곡마다 은행계좌같은 결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음악을 소비하는데 지불하는 비용은 모두 원작자에게 돌아오는 구조를 갖췄다.

 힙은 외신 인터뷰에서 "중앙 집중식 서비스로 작곡가들이 정당한 가치를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저작권을 가진 모두가 정당한 권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가까운 미래

 전문가들은 조만간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이 융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기능이 탑재된 냉장고가 스스로 떨어진 우유를 주문하고 세탁기는 부족한 세제를 알아서 구매하는 방식 등이다.

 일련번호로 자신의 신원을 증명한 기계는 특정 주문 내역을 소유주에게 전달하고 소비자가 이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 같은 IoT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독일의 블록체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연구 중이다.

 이관호 스케일체인 대표이사는 "IoT와 블록체인 융합은 도입 초창기에 추진될 것"이라며 "기계와 기계가 소통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 자동차나 중고 명품을 거래할 때도 쓰일 것"이라며 "식료품에 적용해 원산지 등 모든 유통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일도 머지않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블록체인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올 블록체인 도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만 진행될 뿐 정책이나 관련 법안 마련은 느린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 증빙자료로, 신한은행은 골드바 구매시 모바일 보증서 발급용으로 각각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다"며 "1분기 발표될 핀테크 2단계 발전 로드맵에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컨소시엄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어느정도까지 나오는지 살펴본 뒤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며 "아직 어느정도 내용이 포함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이 자리잡기까지 최소 10년이 필요했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며 "단순 정보가 아닌 가치를 거래하는 블록체인의 기술 진화 방향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혁명 저자인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대표이사는 "블록체인은 세계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할 기회의 기술"이라며 "기존의 질서와 경제의 시설망이 다시 짜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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