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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준미달인 우리 군의 정보수집 능력

등록 2017.02.14 16: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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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수첩용 사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이래서야 우리 군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북한이 12일 발사한 미사일을 두고 합참이 두 차례나 분석 결과를 정정하는 발표를 하자, 독자들이 이같은 문의를 언론사에 쏟아낸 것이다. 실제 합참은 이날 두 차례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발사한 신형 고체엔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에 대한 자체 분석을 내놨다.

 미사일 발사 5시간 뒤에 1차 브리핑을 열었고, 그로부터 4시간 뒤에 두 번째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브리핑 결과는 전혀 달랐다.

 합참 관계자는 1차 브리핑에서 "북한이 발사한 것은 노동급 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최대고도 550여㎞, 비행거리 500여㎞가 노동급 미사일로 판단한 근거였다. 하지만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합참의 초기 분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공언한 마당에 구형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문가 지적대로 합참의 초기 분석은 발표 4시간 여만에 번복됐다. 합참 관계자는 2차 브리핑에서 "북한이 발사한 건 무수단급 개량형 미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사일 비행속도가 마하 9.5(음속의 9.5배)보다 빠르게 식별됐다는 것이 무수단급으로 판단을 바꾼 배경이란 것이다.

 하지만 하루 뒤인 13일 합참의 잠정 결론은 또다시 바뀌게 된다. 북한이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동원해 북극성 2형의 성공발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신형 고체추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24시간 사이에 노동급→무수단급 개량형→신형 고체추진 IRBM으로 판단이 바뀐 것으로, '헛다리 분석'만 연달아 늘어놓은 셈이다. 그나마도 북한이 스스로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합참은 계속 무수단급 개량형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 

 합참은 지난해 9월5일 북한의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노동미사일이라고 주장해 신뢰를 잃은 바 있다.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 스커드 개량형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지만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노동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같은 해프닝이 반복되자 이젠 합참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의 정보자산으로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미국과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전반적인 신뢰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분석을 최대한 빨리 전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의 오류는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건 북한 동향에 대한 우리 군 당국의 정확한 분석 내용이다. 국민 안위와 직결된 문제를 놓고 "약간의 오류를 갖고 뭘 그러느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국방부를 보면 한숨만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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