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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미모도 안통하네…'사임당'시청률 폭락 왜?

등록 2017.02.16 1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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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SBS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극본 박은령, 연출 윤상호)가 결국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15일 방송 9.7%). 지난달 26일 1·2회 연속 방송이 각각 15.6%, 16.3%를 기록한 뒤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받아든 성적표다.

 제작진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아역 출연 부분이 마무리되고, 이영애와 송승헌이 본격 등장하는 5회부터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청률은 더 떨어졌고, 경쟁 드라마인 '김과장'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넘어서고 있다(16.1%).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대본을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건 재편집인데, 이미 시도했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1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영애도, 한류스타 송승헌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대중은 한국 드라마가 처음 시도한 '사임당'에 대한 접근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는 시청자 외면을 받고 있을까.

 ◇'워킹맘의 예술과 사랑' 뜬금없어

 집에서 편하게 누워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는 공감이 전부인 콘텐츠다. 신선한 소재로 절절한 사랑에 푹빠지게 하든지('도깨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 사회에 일침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낭만 닥터 김사부').

 그렇다면 '사임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드라마가 내세우는 건 '워킹맘'으로서 사임당과, 삼각관계 속 사임당이다.

사임당 빛의 일기, SBS

 '사임당'은 2014년께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5월 모든 촬영을 마친 뒤 편성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사실상 3년 전 드라마다. 반면 일반적인 드라마의 경우 본격 제작에서 첫 촬영까지 3개월이면 끝이다.

 지난해 말 터져 현재진행형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대중의 정서를 바꿔놨다. SBS '피고인'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은 물론이고, '사임당'의 경쟁작 '김과장'은 모두 권력에 대항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다시 말해, 사임당의 예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대중에게 뜬금 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은 드라마가 지금 내 생각을 대변해주기를 바란다. 3년 전에 제작된 드라마가 현재 시청자의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는 거다. 지금 누가 위인을 통해 교훈을 얻고 싶을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소시민의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사임당'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분석했다.

 ◇누구를 위한 드라마인가

 모든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주요 공략층, 즉 '타겟 시청층'을 상정하고 제작된다. 트렌디한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면서 50대 중년 남성층의 주목을 기대할 수는 없다. 복잡한 설정과 실험적인 형식을 가진 작품은 역시 젊은 세대를 위한 드라마다.

사임당 빛의 일기, SBS

 '사임당'의 타겟 시청층이 20~30대는 아니다. 이영애를 비롯해 출연진의 면면이 그렇고, '사임당'이라는 소재와 이야기 방향 또한 그러하다. '사임당'은 40대 이상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타임 리프'(time leap·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라는, 주로 젊은층에게 익숙한 설정을 가져왔다.

 시청률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세대인 '50대 이상 여성'에게 이런 설정은 극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에게 타임 리프는 철지난 유행가다. '사임당'은 어떤 세대의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 PD는 이와 관련, "시청률을 너무 의식한 연출 방향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드라마의 성패는 1·2회에 얼마나 임팩트를 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데, '사임당'은 그러지 못했다. 현대극을 보여준 뒤 시간을 뛰어넘어 조선시대를 보여주고, 이후에는 아역들이 등장한다. 한마디로 산만한 진행이었다. 이런 식의 전개는 어떤 세대에게도 만족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밋밋하기만 한 이영애의 연기

【서울=뉴시스】사임당 빛의 일기

  이야기는 엉성한데, 배우의 연기력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병헌이 주연한 '아이리스'(2009)였다. '사임당' 또한 '배우의 힘', 그러니까 이영애의 인기와 연기력을 기대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사임당' 방송 이후 화제가 된 건 이영애의 연기가 아닌 이영애의 미모였다.

 드라마 상에서 이영애의 외모는 압도적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이영애의 얼굴에 대한 궁금증이 시청자를 잠시 TV 앞에 앉힐 수 있지만, 매주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드라마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이영애의 외모를 부각하는 게 아니라 사임당으로서 이영애의 연기력을 더 부각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이영애는 폭발적인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가 중요한데 '사임당' 속 사임당 자체가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야기 전개가 느리고, 캐릭터도 인상적이지 않은데, 이영애도 별다른 힘을 못 쓰니 시청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김에리 문화평론가는 "이영애의 정형화된 연기에 시청자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는 드라마답게 연기해야 한다. 다소 과장된 연기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다. 지금 이영애의 연기에는 높낮이가 없다. '사임당'에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제대로 만들줄 아는 김영현 작가('대장금' 극본)가 없기 떄문에 이영애의 연기가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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