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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재계①]"사면초가에 앞도 안보여 '최악'"…특검·보호주의 등 대내외 악재 '첩첩'

등록 2017.02.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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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2월 전망치는 87.7를 기록해 12개월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618tue@newsis.com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 국제신인도 하락 크게 우려
상법개정안에 반기업 정서 확산…"대기업 마녀사냥식 몰이 안돼"
트럼프發 보호주의·환율불안 잇따르며 "죽을 맛"

【서울=뉴시스】이연춘 황의준 기자 =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트럼프발(發) 악재가 심화되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재계가 사상 초유의 내우외환 상황에 직면하면서 크게 신음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을 축으로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율 불안정성 고조 속에 안으로는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재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각종 대내외 변수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밀려들며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국제신인도 하락이 크게 우려된다"며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42계단 추락한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리콜 악재도 있지만 최근 총수 구속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여야 4당이 2월중 입법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도 재계에 큰 골칫거리다. 정치권에서 마련중인 상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대주주 주권행사 부분 제한(감사위원 선임 때 의결권 3%까지만 인정) ▲기업경영 감시력 확대(집중투표제,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의무 선임)로 정리된다.

 ◇최순실發 후폭풍…"우려가 현실로"

 당장 재계는 지난해 불어닥친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에 이 부회장의 구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재계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이 부회장에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를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해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대기업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반기업 정서도 확산될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갤럭시노트7' 리콜 악재,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으로 인해 대폭 하락했다. 2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조사'에서 지난해 7위에서 42위 하락한 49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이다. 2017.02.20.  mangusta@newsis.com

 재계는 대기업 총수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되지만 여론 때문에 마녀사냥식 몰아가기를 하는 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바닥인 상황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검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며 "특검의 과도한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 구속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경제적 파장이 클 것"이라며 "기업들이 향후 기업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잘잘못이 엄정하고 신속히 가려져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펼쳐야 하지만 기업 활동에 위축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도주 우려도 없는 글로벌 대표 기업인 삼성의 총수를 이렇게 구속하는 것은 과한 것 아닌가"라며 "정권의 강압에 의해 출연금을 낸 것도 억울한데 그 것을 뇌물 등으로 단정, 사법처리까지 한다면 누가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보호무역주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재계의 위기는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만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이익 우선주의, 보호주의 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수출 전선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재계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는 '미국 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이라는 정책기조아래 최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국내 공장 설립 압박 등 보호주의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와 자동차, 철강 등 각 업종의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관련 정책을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며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이같은 공세에 대응, 미국에 생산공장 건설이나 투자 확대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 본토에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생산성을 비롯해 복잡한 계산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지역은 전체 매출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질문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성언론들을 모두 가짜 뉴스로 비난했다. 2017.02.17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책 및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여러 공장 후보지를 놓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미국에 현지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내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올 상반기중 확정할 방침을 밝힌바 있다. LG전자는 미주 사옥을 뉴저지주에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전격 발표하며 구체적 작업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환율마저 불안정한 흐름에 '불똥'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워낙 예측불가다보니 환율 또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재계에는 치명적이다. 수출 위주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이 심하면 심할수록 안정적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내 산업계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은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관세 등의 이유로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이는 판매율과 직결돼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에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전자, 정유, 철강 등에서는 자칫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불똥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1045원으로 중소기업이 1046원, 대기업이 1040원으로 보고 있다. 적정환율은 평균 1073원으로 중소기업이 1073원, 대기업이 1069원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환율이 내려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당장 환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환율 하락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경쟁기업보다 좋은 품질이지만 값싼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매출이 크게 오를 수 있는데 최근 원화가치 상승은 완성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도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조선산업 역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발언 이후 원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기의 호전 흐름을 우리 수출업계가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14.6원 내린 1137.4원에 거래를 마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17.02.14.  taehoonlim@newsis.com

 ◇상법개정안 재계 반발…자칫 시장본질 왜곡

 정치권이 '상법 개정안'의 2월 입법에 속도를 내자 재계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시행 가능성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마련중인 상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대주주 주권행사 부분 제한(감사위원 선임 때 의결권 3%까지만 인정) ▲기업경영 감시력 확대(집중투표제,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의무 선임)로 정리된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의 경영투명성만 지나치게 강조할뿐 기업 생존과 경영효율화의 핵심인 자율성, 경영정보 보호 등을 침해할 독소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명분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업 옥죄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뒤따르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등은 이 때문에 상법개정안 보다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적극 행사)'를 활성화시키면 경영투명성과 오너 독단에 따른 경영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오히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경영권을 겨냥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방어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는 외부세력의 틈입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넓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제도를 계속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며 "제도강화로 추구할 것과 시장감시로 추구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시장감시와 자율규범으로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라며 "상법개정 등 규제강화 대신 기업들의 변신 노력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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