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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낳아 세금 먹는 하마로 키운 지자체 '경전철'

등록 2017.02.22 08:34:38수정 2017.02.22 08: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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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뉴시스】배성윤 기자 = '의정부경전철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모임'이 24일 경전철 파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선언한 가운데, 한 회원이 의정부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01.24.(사진=의정부경전철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모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의정부 경전철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의 '묻지마식 개발 사업' '엉터리 수요 예측' 등 부작용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으나 결국 이로 인한 대규모 손실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재정 적자 피해와 책임을 '을' 위치에 있는 건설사에 돌려 건설사들 역시 경전철 사업에 뛰어드는 데 부담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 경전철,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 등이 대규모 적자로 지자체 재정 손실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3년 감사원이 발표한 '경전철 건설 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는 당시 운영 중인 3개 노선의 실제 수요가 실시 협약 대비 11~25%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적자 규모 역시 연평균 200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경전철은 중전철(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정도 수송 능력을 갖춘 전기 철도다. 지하철보다 상대적으로 건설·운영비가 저렴하고 교통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신 교통시스템으로 각광받는다.

 1992년 8월 국무회의에서 부산~김해 경전철이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녹색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정치인들의 장밋빛 공약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도입 초기 단계이다 보니 사업 타당성 검토나 사업 시행 관련 법·제도 기반 미진, 지자체 경험 부족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총사업비 5400억원이 들었지만, 2012년 운영 이후 누적 적자 2200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이 받아들여지면 의정부시는 협약에 따라 경전철 운영사에 2200억원에 달하는 중도해지 비용을 물어 줘야 한다.

 경기 용인시도 경전철 적자로 파산 위기까지 몰리며 '전국 채무 1위' 오명까지 썼다. 민자사업자에 운영을 맡기기로 하고 최소운영 수입보장(MRG) 계약을 맺었으나 매년 47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됐다.

 이에 용인시는 MRG에서 비용보전방식(SCS)으로 협약을 개선하면서 민자사업자에 7700억원을 물어줬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현재 매년 운영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시는 4일 부산·김해경전철에 서부산 테마열차를 도입,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6.10.04. (사진 = 부산시 제공)  photo@newsis.com

 부산~김해 경전철 역시 민자 8300억원 등 총 사업비 1조3200억원이 들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해마다 운영보조금 250여억원을 함께 부담하고 있다.

 이곳 역시 MRG를 SCS로 전환하는 내용의 사업 재구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건설투자자(CI)인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모두 매각해 주주를 재무적 투자자(FI)로 교체할 예정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 무리한 사업 추진이 대규모 적자 원인

 이처럼 경전철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주요 원인으로 '잘못된 수요 예측을' 꼽을 수 있다.

 의정부시와 민간투자사업자인 의정부경전철㈜는 2006년 경전철 건설 관련 협약을 맺을 당시 하루 7만9049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2012년 7월 개통하자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이후 수도권 환승 할인과 경로 무임승차를 도입했으나 하루 이용객은 3만5000명에 불과했다.

 용인 경전철 역시 2004년 민간 컨소시엄 용인경전철과 협약 체결 당시 하루 예상 승객은 16만1000명이었다. 하지만 2013년 4월 개통 이후 이듬해 1월까지 하루 평균 8713명에 그쳤다.

 무엇보다 이들 경전철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지자체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시용 치적 쌓기에 몰두해 주민에게 도움도 되지 않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예산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방의회와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중앙정부도 책임이 크다"면서 "의정부시의 경우 실패한 지역사업의 재정적·행정적 책임을 끝까지 진다는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경전철 놓고 건설사들 고민 커져

【서울=뉴시스】서울시 경전철 추진현황. 자료:서울시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2개 자치단체에서 18개 경전철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36개 지방자치단체가 84개 경전철 사업(51조5000억원 규모)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3년 7월 도시철도 10개 노선을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이신설선·신림선 등은 공사 중이고, 우이신설연장·목동선·난곡선·면목선 등은 검토 중이다. 동북선은 협상 중이며, 서부선·위례신사선 등은 사업 제안, 위례선은 적격성 조사 중이다.

 하지만 10개 사업 중 동북선·서부선·위례신사선·신림선 등 4개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이 표류 상태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건설 중인 우이신설선의 경우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 중단 우려가 나온다.

 위례신사선의 경우는 컨소시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발을 빼기도 했다. 애초 서울시와 강남구는 해당 경전철이 하루 평균 교통 수요 17만여 명을 흡수할 것으로 봤지만, 삼성물산 측은 이용객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해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손실 부담이 큰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대신 위험분담형 민자사업(BTO-rs)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BTO가 기업이 손실이나 이익을 100% 책임진다면, BTO-rs(risk sharing)는 민간사업자와 정부가 이익이나 손실을 절반씩 나누는 방식이다. 위례신사선 사업을 이끄는 GS건설은 물론, 서부선을 추진 중인 두산건설 역시 이 방식을 제시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과거에는 손실이 나도 개선 방안을 찾고 긴급 긴축 예산을 편성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지금은 무조건 기업에 손실을 떠넘기려 한다"면서 "지자체가 경전철 사업의 부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의정부 경전철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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