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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권 남용에 인권침해 우려까지…트럼프 반이민 세부지침 파장

등록 2017.02.22 09: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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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문을 여는 국립 아프리카계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반유대주의에 대해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며 "증오와 편견, 악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02.21

폭넓은 재량권에 신속한 추방, 이의제기조차 안돼
 범죄 경력 없는 사람들까지도 즉시 추방 가능성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불법체류자의 감금, 체포, 추방을 용이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 세부지침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일제히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감독 당국에 지나친 재량권이 부여된 데다, 추방 당하는 당사자가 법원에 이의제기를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 지나치게 폭넓은 재량권(discretion)

 CNN,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미 국토안보부(DHS) 당국자들이 이날 “범죄자”를 추방하는데 세부지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같은 판단을 일선 현장과 지역 사무소에 일임했기 때문에 재량권이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HS는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지역 경찰서와 연방 정부와의 공조를 확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조사와 체포 등 이민국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DHS 관계자는 “추방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이 세부지침의 잠재적 집행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불법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음주운전, 체류신분위반,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들까지도 국외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누구를 체포하고 추방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너무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진 것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한 뒤 이번 달 초 전국적으로 불법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700건의 체포를 단행했다.  

 이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하면 현장에 있는 ICE 등 관계자들에게 지나친 권한이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바바 행정부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중죄인이거나 폭력행위나 마약밀매에 연루된 외국인” 등을 체포 및 추방 우선 순위로 정할 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최소한의 이의제기 권리도 없어

 세부지침에 따르면 “신속한 제거”를 통해 추방될 수 있는 이민자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나 절차 또한 제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이 미국에 2년 이상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면 신속하게 추방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수년씩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이들이 2년 동안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당장 추방될 수 밖에 없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이들을 체포해서 구금할 경우 이를 위한 재원이 미 정부에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미 현장에 이민 판사와 관련 시설을 늘릴 것을 지시한 바 있다.

 ◇ 망명 신청자과 동반자 없는 미성년자 어쩌나

 세부지침은 앞으로 미국으로의 망명신청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망명신청 후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신속한 제거”의 예외로 뒀다.

 하지만 망명 신청자가 관련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변경하지 않을 경우 망명 담당자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이 주어지는 게 사실이다. 망명 신청자의 고국에서 벌어진 박해와 고문 등 잠재적인 위험을 등한시 한 채 개인적인 신뢰도에 따라 추방이 이뤄지는 등 원칙없는 결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반자가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 역시 제한했다. 그동안 부모 또는 보호자가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살고 있어도 동반자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 법의 보호 아래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남용”이라고 지적하면서 허용치 않기로 했다.

 켈리 장관은 이 같은 “남용”을 끝내기 위해 세부지침을 적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모나 보호자 없이 미국에 도착한 18세 미만의 모든 미성년자에게 이전에 부여한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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