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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품격 무너뜨린 대통령측 '막장 변론'…방청객마저 눈살

등록 2017.02.22 2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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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청구인,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2017.02.2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청구인,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강일원 재판관, 국회 대리인" 등 막말
 이정미 권한대행 "말씀 지나치다" 개입
 주심 재판관 기피신청 15분만에 '각하'

【서울=뉴시스】임종명 오제일 기자 =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최고 사법기구의 권위와 위상에 맞지 않는 '막장극'이 연출됐다.

 이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변론을 진행하면서 거듭된 막말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헌법재판관들도 언짢은 기색을 숨지기 않았다.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거친 발언이 쏟아지자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재판관들은 아예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방청객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웃음과 탄식이 나왔다.

 이날 변론의 압권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이날 '사기극', '대역죄', '북한식 정치탄압'이라며 국회 소추위원단과 재판관들을 향해 폭언을 쏟았다. 탄핵소추사유를 '섞어찌개'로 폄하했고, 박 대통령을 '여자 하나'로 지칭하기도 했다.

 특히 강 재판관을 향해서는 원색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측 변호사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재판관이 발견해서 꼬집어 주느냐"며 "그렇게되면 국회측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심 재판관을 '국회측 수석 대리인'으로 표현하는 발언이 나오자 취재중이던 기자들과 방청객들조차 웅성거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도 이 지점에 이르러서는 "말씀이 지나치신 것 같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심지어 "이정미 재판관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다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정미라는 특정재판관 퇴임 일자인 3월13일에 맞춰서 (재판을)졸속 진행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대통령 측 변호인단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참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2.20.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대통령 측 변호인단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참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2.20.  [email protected]

 그는 "대통령 탄핵사건은 국회와 대통령 간의 권력 충돌"이라며 "이런 정치적 충돌은 평생 법만 공부한 재판관들이 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모독성 발언도 했다.

 이같은 김 변호사의 변론은 1시간을 넘겨 약 90분간 진행됐다. 변론이 종료되고 이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 출석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혼자 발언을 이어가는 등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 듣고 있던 강 재판관은 본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나올 때 언짢은 기색을 숨지기 못했다. 이 권한대행도 표정이 굳었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날 소동의 하이라이트는 박 대통령 측 조원룡 변호사의 돌연한 강 재판관 기피 신청이었다. 기피 신청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사전 논의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주심인 강 재판관은 국회 측이 준비서면이라는 이름으로 소추안의 내용을 불법으로 변경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했다"며 기피신청을 했다.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법관을 배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재판부는 진행 상황 논의 등을 위해 휴정했고, 15분 뒤 재판정에 다시 들어선 이 권한대행은 이를 각하했다. 박 대통령 측은 즉각 항의했지만, 이 권한대행은 "소송법을 다시 검토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변론을 지켜본 서초동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 측이 헌재의 품격과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계산된 행동이라고 해도 문제고, 아니라고 해도 문제"라며 "이런 막장 재판은 처음 본다"고 혀를 찼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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