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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AG]'부상 투혼' 속 4관왕…이승훈이 쓴 '위대한 역사'

등록 2017.02.23 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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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최동준 기자 = 10일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ISU 스피드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팀추월 경기, 한국팀(이승훈, 주형준, 김민석)이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2017.02.10.  photocdj@newsis.com

【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을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써낸 역사라 한층 값지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12초7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금메달로 4관왕에 등극했다.

 그는 나흘간 4개 종목에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따며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이승훈은 지난 20일 남자 5000m에서 6분24초3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22일 오후 1시에 벌어진 남자 1만m에서 13분18초56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추가한 이승훈은 불과 3시간 뒤인 오후 4시 후배 김민석(18·평촌고), 주형준(26·동두천시청)을 이끌고 남자 팀추월 금메달에 앞장섰다.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이승훈은 23일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것은 이승훈이 최초다.

 이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며 역사를 쓴 이승훈은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쇼트트랙의 김기훈(1990년 삿포로)과 채지훈(1996년 하얼빈), 안현수(2003년 아오모리)가 3관왕에 오른 적이 있지만, 4관왕까지 달성하지는 못했다.

 쇼트트랙을 제외한 종목에서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한 것도 이승훈이 유일했다. 이승훈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미 3관왕에 등극했다.

 6년 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5000m와 1만m,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딴 이승훈은 이규혁(은퇴), 모태범(28·대한항공)과 나선 팀추월에서 은메달에 그치면서 4관왕을 놓쳤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7개로 늘린 이승훈은 안현수가 가지고 있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5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김현수는 4년 뒤 창춘 대회에서는 2관왕을 차지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 통산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이 8개가 된 이승훈은 쇼트트랙의 김동성이 가지고 있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통산 최다 메달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그가 장식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부상 투혼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 더욱 위대하다.

 이승훈은 지난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도중 부상을 당했다.

 지난 10일 주형준, 김민석과 팀추월에 나선 이승훈은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 정강을 베는 부상을 당했다.

 골절이나 근육 파열, 인대 손상 등의 부상은 없었지만, 이승훈은 8바늘을 꿰맸다. 이승훈은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대회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한 터라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동시에 이번 대회 출전도 불투명했다. 주변에서도 출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러나 부상 다음 날 가볍게 운동을 해 본 이승훈은 출전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출전을 강행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그를 만류했다. 무리했다가 정작 중요한 평창올림픽 준비에 영향이 갈 수도 있었다. 이승훈이 출전을 결심했을 때에도 주변에서는 우려했다.

 사실 이승훈이 출전을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승훈은 장거리 대표팀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특히 세 명이 함께 출전하는 팀추월에서 이승훈의 존재는 크다.

 팀추월에서 선두에 달리는 선수가 페이스를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명이 하기에는 벅차 세 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리드한다. 8바퀴를 도는 팀추월에서 이승훈이 3바퀴 정도를 이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장거리 간판으로, 매스스타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보름(24·강원도청)도 "(이)승훈 오빠와 함께 훈련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이승훈이 빠진다면 한국 남자 팀추월의 금메달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터였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도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승훈은 삿포로로 떠날 당시 "부상 부위 상태를 보면서 출전 종목을 결정할 것이다"면서도 "만약 4개 종목 모두 출전하지 못한다면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을 우선 순위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실밥도 풀지 않은 상태에도 이승훈은 4개 종목에 모두 나서는 투혼을 발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1만m에서는 자신이 2010년 1월 세운 홋카이도-도카치 오벌 트랙 레코드(종전 13분21초04)를 2.48초 앞당겼다. 팀추월에서도 금메달에 앞장서 떠오르는 장거리 기대주 김민석에게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도 안겼다.

 마치 '평창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아쉬움을 삿포로에 모두 쏟아붓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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