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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악화일로 서울대 사태, 실종된 총장 리더십

등록 2017.03.16 18: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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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오늘 이후 '서울대'라는 단어를 여러분 머릿속에서 지우십시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지난 2일 입학식에서 신입생 6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 총장의 행보를 보면 정말 '서울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듯한 모습이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학내 갈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8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학교 총책임자인 성 총장의 문제 해결 의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성 총장이 '방관자' 자세를 취하는 동안 학내 갈등은 끝내 폭발했다. 학교 본부가 행정관(본관) 이사를 강행했던 지난 11일 '배움의 장(場)'인 학교는 순식간에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듯한 '전쟁터'로 전락했다.

 이날 본관 농성 중인 학생들은 이사를 강행하는 교수와 교직원들 손에 이끌려 본관 밖으로 끌려 나왔다. 학생들은 본관 재진입을 시도하며 교수와 교직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했다. 학생들의 도발에 교직원들은 소화전에 있던 소방호스를 꺼내 맞대응했다. 학생들은 교직원들이 쏜 물폭탄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서울대 역사에 찾아보기 힘든 학생-교직원간의 아수라장이었다.

 결국 학생들은 사태 발생 11시간만인 오후 5시30분께 본관에서 짐을 싸기로 결정했다. 성 총장이 골머리를 앓았던 점거 농성이 153일 만에 끝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건으로 인해 성 총장의 리더십은 또다시 심판대 위에 올랐다.

 학내에서는 "성 총장이 진작에 학생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사태 해결 의지를 보였으면 상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성 총장의 리더십은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을 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 본부의 '밀실 협약' 체결로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고 성 총장은 "소통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발 빠르게 인정했다. 당장에라도 학내 소통을 강화해 갈등 수습에 앞장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성 총장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성 총장이 다시 전면에 나선 건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1월이었다. 성 총장은 서신을 통해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의 징계 절차를 중단하고 학내 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와 시흥캠퍼스 기획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성 총장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지금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행정관 이사를 위해 교수 50명과 교직원 400여명이 모였지만, 성 총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성 총장의 리더십 부족은 취임 초반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특히 '소통 능력'의 부재를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 교직원 다수가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31일 교수협의회가 전임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 총장이 소통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68.2%를 차지했다. 2015년 3월 서울대 노조가 실시한 '보직교수 리더십 평가'에서도 성 총장은 8명의 보직교수 중 '소통의 리더십'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성 총장의 소통능력은 아직 '낙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학생들은 지난 12일부터 성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서명까지 진행했다.

 서울대 학부생 5000명과 졸업생 1770명 등 6700여명은 16일 연서명을 통해 "지난 11일 관악에서 민주주의가 30년 퇴행했다"면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맨 뒤에서 뒷짐 지고 상황을 지시·방관한 성 총장에게 있다.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성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1년 4개월이다. 적극적인 소통과 헌신적인 리더십으로 학내 민주주의를 이른 시일 내 재정립하지 않으면 '불통 총장'으로서의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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