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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를 잊지 말아요' 애절한 구애...'스위트 맘보'

등록 2017.03.26 08: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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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현대 무용의 혁명가'로 통하는 독일 거장 안무가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유작 중 하나인 '스위트 맘보(Sweet Mambo)'는 '감정의 모자이크화'다. 

 지난 24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 피나 바우쉬의 무용단인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이 작품은 단편적인 감정의 조각들을 늘어놓는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것들. 사랑은 물론, 두려움, 상실, 그리움 그리고 심지어 폭력의 이미지마저 담긴다. 이 다양한 감정의 주 발화자는 7명의 여자 무용수들이다.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의 긴 머리채와 치마를 양손에 각각 잡고 무대를 도는 장면은 로맨틱한 배경 음악에 어울리지 않게 사나워서 아찔했다.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여전히 사회적인 약자인 여성의 감정들은 살아가면서 더 조각날 수밖에 없다. 여성 무용수가 남성 무용수가 가지고 온 양동이의 물을 자신에게 끼얹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철렁했다.

 몇몇 장면은 반복된다. 여성 무용수가 '줄리'라는 이름을 외치며 무대를 달리다 두 남자 무용수에 의해 부유하며 뒷걸음질 치는 장면, 등이 훤히 보이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무용수들의 등에 남성무용수들이 자신의 얼굴을 부비는 장면, 숲을 배경으로 여성 무용수가 독무를 추는 장면 등이다. 

 감정의 주파수를 변주 또는 증폭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진폭의 울림이 커지는 이유다. 특정한 이야기만이 감정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연극적인 어법이 순간 들어오기도 한다. 심리극인 사이코드라마 성격도 보인다. 바우쉬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었다.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새 장르를 발전시키며 20세기 현대무용의 어법을 바꾼 주인공으로 통한다.  

 몸의 언어가 아닌 목소리의 언어가 들어올 때 생경하다. 3년 전 이 무용단이 역시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풀 문(Full Moon)'처럼 외국 무용수들은 종종 한국어로 말하기도 한다.

 그 목소리가 내는 주 문장은 '돈트 포겟 미(Don't forget me)', 즉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였다. 객석에게 말을 거는 식으로 울려 퍼진다. 결국 무대 위 다양한 몸짓, 감정 그리고 육성(肉聲)은 함께 공감하고 이를 통해 위로받고 싶다는 절규의 다른 이름이다. 달콤한 제목 '스위트 맘보'는 객석 또는 세상에 대한 애절한 구애의 바우쉬 식 긍정이다.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피나 바우쉬 '스위트 맘보'. 2017.03.26.(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이미 그려놓은 밑그림에다 다양한 소재와 색깔의 조각을 붙여서 만드는 모자이크화처럼, '스위트 맘보'는 바우쉬가 그려놓은 세계를 단편적으로 느끼게 하고 총합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바우쉬가 세상과 작별을 고한 지 벌써 8년, 무대 위와 객석이 여전히 그녀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파트너인 무대 디자이너 페터 팝스트가 주로 흰색 커튼만을 이용해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해낸 무대는 시(詩)적이다. 27일까지 공연하는데 이번 내한공연의 총 4000석은 이미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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