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둥지의 철학자' 박이문 포항공대 교수 별세, 향년 87

등록 2017.03.27 17:18: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이문, '둥지의 철학자'. 2017.03.27 (사진 = 미다스북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이문, '둥지의 철학자'. 2017.03.27 (사진 = 미다스북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인문학계의 거장으로 통한 '둥지의 철학자' 박이문(87·본명 박인희) 포항공대·시몬즈대 명예교수가 26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0년 충남 아산 시골 마을의 유학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난 박 교수는 유학 중 귀국한 형의 영향으로 시인이자 작가를 꿈꿨다.

 재수 끝에 경복중학교에 진학했다. 청년기에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입대했으나 훈련 도중 병을 얻어 의병제대한다. 피난 시절 부산에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의 불문학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문학에 매진한다.

 대학원 석사논문을 프랑스어로 쓸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보였으며,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발탁됐다.

 하지만 안정된 직업인 교수의 생활을 버리고 다시 프랑스로 떠나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 박사학위를 받는 인문학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걸었다. 이후 시몬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예술과 과학과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적인 인문학자로 살았다. 또 한편으로 시를 쓰는 창작도 일생 동안 지속한 시인이기도 했다. 인문학자, 시인로서의 사유를 한데 모아 '사유의 둥지'를 완성, '둥지의 철학자'로 통했다.

 저서로는 '박이문 인문학전집 전10권'을 비롯해 100권에 이른다. 독일과 중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다수 번역, 출판됐다. 필생의 저서인 '둥지의 철학'은 영국의 사프론(Saffron) 출판사에서 2015년 출간된 바 있다.

【서울=뉴시스】박이문 빈소. 2017.03.27 (사진 = 미다스북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이문 빈소. 2017.03.27 (사진 = 미다스북스 제공)  [email protected] 

 2006년 인촌상(인문사회문학부문)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 문화훈장(교육공로)을 받았다. 2012년에는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탄소문화상' 제1회 수상자로 대상을 받았다.

 박 교수의 사상의 계승과 연구 작업은 박이문 인문학전집 발간위원회 준비위원장이었던 강학순 안앙대학교 교수 등이 준비한다. 전집은 물론 박이문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사항은 모두 미다스북스 출판사가 담당한다.

 박 교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류종렬 미다스북스 대표를 통해 "인간의 시야는 0도에서 1도까지로 돼 있는 '존재-의미 매트릭스'의 눈금 사이에 있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육신의 존재가 비록 죽음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해도 '둥지의 철학'은 인간과 모든 생명이 사라지는 우주의 역사를 상상해서 풀어낸 내 필생의 시도였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아내 유영숙 씨가 아들 장욱 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3호실, 발인 29일, 장지 국립 이천호국원. 02-2227-7500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