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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달리는 열차' 산은-박삼구…극적 타협 가능성 없나

등록 2017.03.30 10: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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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산업은행이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뢰받는 정책금융기업으로 환골탈퇴하기 위해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등 6대 혁신과제를 설정하고, 'KDB혁신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KDB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2016.06.23.  bluesoda@newsis.com

박 회장 컨소시엄 허용 요구 이후 양측 관계 악화일로
 산은 "다음달 19일까지 인수 의향 밝혀야" 최후통첩
 박 회장 "검토할 가치도 없다"며 소송전 불사 의지
 '컨소시엄 불가' 결정 사실상 산은이 주도해 파장 예상
 어떤 결정 내리든 산은 법정 다툼 피하기 어려울 전망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채권단 대표인 KDB산업은행과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연일 상대를 공격하는 압박 카드를 꺼내놓으며 각자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은이 다음달 19일까지 컨소시엄 구성안을 내라고 최후 통첩을 보내자, 이에 질세라 박삼구 회장도 안냈다는 최후 통첩으로 맞받았다. '소송전'이라는 중간 지점을 향해 두 열차가 마주 달리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요청하면서부터다.

 지난 13일 산은이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자, 우선매수권을 들고 있던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지 않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산은은 펄펄 뛰었다.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매각 추진 과정에서 지켜져 온 원칙으로 박 회장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 측이 먼저 강수를 던졌다. 산은이 컨소시엄 구성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나아가 매각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전도 불사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산은은 한 발 물러나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주주협의회 공식 안건으로 부의했다.

 결과적으로 달리진 건 없었다.

 주주협의회는 지난 28일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컨소시엄 구성 방안 검토 뒤 허용 여부 재논의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해 1안은 부결, 2안은 가결 결정을 내렸다.

 즉 당장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향후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계획에 따라 관련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모호한 결정이 나오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부결시키고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결정"이라며 "검토 가치도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나아가 주주협의회 결정을 우선매수권 약정에 포함된 3자 양도금지 조항을 무효화하고 컨소시엄 허용을 재논의하겠다는 의미인지 답해 달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관련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산은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9일 박 회장 측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다음달 19일까지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기간 안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인지, 컨소시엄을 구성할 생각이라면 어떻게 자금을 모을 것인지를 정리해서 밝혀야 한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에 박 회장은 30일 "컨소시엄 계획안은 내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보통의 경우라면 우선매수권 행사기한인 다음달 19일 안에 모든 결론이 나겠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박 회장의 강경한 대응 등을 미뤄봤을 때 향후 또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극적으로 타협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한국방문위원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쇼핑관광축제 민관합동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16.06.21.  20hwan@newsis.com

 우선 산은이 정한대로 우선매수권 행사기한이 다음달 19일까지로 지켜질지가 의문이다.

 현재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제공한 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산은에 더블스타와의 계약조건뿐만 아니라 주식매매계약서, 확약서 등을 요청했는데 이 중 확약서는 받지 못했다.

 확약서는 금호타이어 입찰 과정에서 산은이 더블스타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서한으로 보낸 것이다.

 산은 측에서는 "확약서를 달라는 박 회장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향후 확약서 문제가 소송전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산은의 운신 폭이 좁다는 점이다. 산은과 박 회장의 타협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은은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참가자들에게 확약서를 송부했고 더블스타는 이 확약서를 근거로 약 1조원의 돈을 들여 우선협상자 지위를 얻었다.

 만약 산은이 확약서 내용을 번복하고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면 더블스타와의 국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법정 다툼을 떠나 국가간 거래에서 확약서로 제시한 약속을 뒤집을 경우 평판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개인간 돈거래도 아니고 더블스타에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사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박 회장이 산은이 정한 우선매수권 행사기한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채권단은 현재 제시한 일정에 따라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면 박 회장과의 법정 타툼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박 회장은 매각 중단 가처분을 비롯한 소송과 상표(금호) 사용불허, 우선매수권 행사시기 연장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은과 박 회장간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은 향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박 회장은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산은이 주주협의회 논의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확약서를 보낸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산은이 뒤늦게 관련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부의했지만 원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다.

 여기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안건 부결도 사실상 산은이 내린 결정으로 드러나 진통이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산은과 우리은행 등 8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부의한 안건이 통과되려면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산은(32.2%)과 우리은행(33.7%)의 비중이 높아 두 곳 중 한 곳만 반대를 해도 안건은 부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안과 2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즉 결과적으로 1안이 부결은 산은이 주도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산은과 우리은행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눈치싸움을 벌였다"며 "실제 각 채권기관의 의견을 지난 27일까지 취합할 예정이었는데 우리은행이 28일 오전이 돼서야 뜻을 전달하는 바람에 최종 발표가 약간 늦어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1안에 찬성표를 던진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진 산은의 결정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될 경우 산은과 박 회장간 법정 다툼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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