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이 위안 받는 '어느 날'이면 좋겠다"

【서울=뉴시스】영화 '어느날'. 2017.3.30(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email protected]

■이윤기 감독 영화 '어느 날' 시사회
천우희-김남길 주연…4월 5일 개봉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영화 '어느날'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겨진 사람과 버려진 사람의 교감을 통해 묵직한 주제를 던져놓는다. 그러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진 않기 위해 최대한 절제했다는 게 이윤기 감독의 말이다.

 "꼭 극단적인 결말로 가야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 그런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임지다. 이를 부정하진 않지만 절대로 사람들을 후벼파고 극단적인 슬픔을 던지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하진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 감독은 30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시사회 뒤 이렇게 말했다. 한 여자의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 탓에 자칫 로맨스 판타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두 남녀의 만남을 단순한 러브스토리로 그려내진 않는다. 오히려 시각장애인이라는 소수자를 다룬 소재에 더해 죽음에 대한 민감한 고민까지 던져놓는다.

【서울=뉴시스】영화 '어느날'. 2017.3.30(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원래 영화사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던 스토리 안에 이미 장애인이라는 설정이 있었고,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 있었다"며 "쉽지는 않지만 그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두 가지 모두 굉장히 다루기가 어려운 소재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처럼 느끼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배경을 지닌 이야기인 탓에 주연을 맡은 김남길과 천우희 모두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했다. 특히 영혼과 대화하는 설정 등에서 어색함을 지우는 것도 중요했다.

 김남길은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이 없어 고사했다"며 "혼자 연기하는 부분에서 상대배우가 없으니 아무래도 오버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천우희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연기해야 하는 탓에 남다른 깨달음도 얻었다. 천우희는 "시각장애인 연기를 도와주신 선생님과 대화를 해보면서 내가 얼마나 선입견과 고정관념 있는 사람인지를 깨달았던 것 같다"고 돌잌켰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제작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천우희, 감독 이윤기, 배우 김남길. 2017.03.07.  [email protected]

 "저는 나름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생각 자체가 너무 많이 갇혀있었던 거예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너무 많이 반성했어요. 그 충격이 제일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 영화는 다소 뻔하지만 특정 인물에게만 영혼이 보인다는 설정을 차용했다. 이 감독은 "서로에게만 보이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한두 번 느낄 수 있는 간절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영화이기 때문에 구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어느날'이라는 제목도 모호하죠. 하지만 그 어느 날은 어떤 사람에겐 굉장히 특별한 어느 날이고 누군가와 헤어지는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하루가 간절한 어느 날이 되겠죠. 기왕이면 상처받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있는 어느 날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느날'은 다음달 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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