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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민 LSK 이사 "유럽은 의약품 부작용 늑장보고시 페널티만 수백억원"

등록 2017.04.04 14:01:23수정 2017.04.04 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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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K 이정민 이사

"지속적 약물 감시 통해 약물 유해 사례 막아야"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우리나라도 약물감시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약품 안전도를 지속적으로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LSK글로벌PS 약물감시팀 이정민 이사는 지난 4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허술한 국내 약물감시 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이 이사의 말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으로 약물 안전을 관리하는 약물감시(PV) 분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이 출시돼도 실제 시장에서는 철수가 필요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가 약물감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 부터다. 1957년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이 출시한 '탈리도마이드'를 임산부가 복용하면서 기형아 1만여명이 태어나면서 의약품 시장에서 퇴출됐다. 당시 이약물은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를 계기로 '약물감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유럽도 관련 규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폐암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를 복용한 환자가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약물감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글로벌PS)는 국내 토종 CRO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약물감시팀을 구성해 시판 전후 약물감시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시스는 LSK글로벌PS 약물감시팀 이정민 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신약개발에서 약물감시가 중요한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정민 이사는 약물감시에 대해 "사전에 약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마리 정보를 수집, 분석해 약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해성을 줄이는 작업"이라며 "PV가 제대로 갖춰지면 약물의 부작용과의 인과관계 등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의 유해 사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V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정부도 관련 규정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려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이 이사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은 대부분 임상팀과 PV팀의 규모가 비슷하거나 PV팀 규모가 더 큰 경우도 있다. 글로벌 신생 제약사들도 내부 PV팀에 200여명의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5~6명으로 구성된 PV팀이 가장 큰 규모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약품을 해외로 수출 해야 하는 제약사가 국제 규정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외 수출용 의약품이 없는 경우 1~2명 정도의 규모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PV 인력이 현저히 적은 것은 국내 PV 규정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국내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 기준'은 제약사들이 PV 인력 1명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이사는 "무엇보다 약물감시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매하고 있는 약에 대한 부작용이 정기적인 보고서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약을 홍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과 인력 구축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약물감시는 일반제품 판매에서 보면 A/S와 같은 개념이다. 지속적으로 이 제품의 안전성을 알리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약물감시 필요성이 일찌감치 대두된 유럽의 경우 약물감시에 대한 감시가 엄격하다. 전세계에서 유럽 지역의 약물감시가 가장 강화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그 규정을 많이 따라가는 추세다.

 이 이사는 "유럽의 경우 임상시험 단계부터 품목 코드가 사라질때 까지의 모든 의약품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야 한다"며 "반면 국내의 경우 이렇게까지 약물감시를 하고 있는 약물이 몇 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PV 과정에서 부작용 케이스 등을 늦게 보고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하면 거의 수 백억 원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며 "2011년 EMA 규정에 따르면 EU에서의 총 수입의 5%의 패널티를 부여하고 있고, 모 제약사의 경우 늑장 보고로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페널티 금액 역시 엄청났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5~6년 사이에 약물감시 강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에 가입한 후 우리나라의 약물감시 수준을 5년 이내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관련 제도를 보완 중이다.

 이 이사는 "약물감시는 약의 판매권과 허가권을 가진 제약사의 의무이기 때문에 약물감시 업무는 우리나라 역시 필수 사항이지만 국내에서 요구하는 약물감시 수준은 글로벌에서 요구하는 약물감시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은 보통 전임상(동물실험)을 거쳐 정상인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는 2상과 3상으로 이뤄진다. 신약 허가는 시판 전의 임상에 대한 평가로 하기 때문에 시판 후 PV가 더 중요하다. 

 이 이사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는 나이 제한이 있거나 임신부나 또는 수유 중인 경우 참여할 수 없고 임상시험 중 다른 약물을 복용하면 안 되는 등 여러가지 제한이 있다"며 "그러나 시판 후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약물을 복용할 수도 있고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수도 있어 임상시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여러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약물감시를 빙산에 비유한다. 임상시험에서 수집되는 안전성 정보는 '빙산의 일각'이고 시판 후 실제로 약물을 일상 생활에서 복용하다 보면 가려져 있던 수 많은 반응들이 보이기 때문"이라며 "시판 후 해당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어 정기적인 안전성 리포트 등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감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CRO 시장에서 약물감시 시장은 12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약산업의 발전으로 '약물감시'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이사는 "앞으로 수년 안에 약물감시 시장이 현재 보다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의약품 시판 후 안전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리령으로 상향해 '안전관리 기준'을 신설하면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시판 후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직, 인력, 업무기준서 등을 갖추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ICH 가입국이 되면서 국제 기준의 약물감시업무를 이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약물감시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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